AI가 밝힌 간암 조기진단의 열쇠…국내 연구진, 혈액검사로 95% 정확도 달성

| 연합뉴스

간암의 조기 진단 가능성을 높이는 새로운 혈액 검사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혈액 속 유전자 정보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기존보다 훨씬 높은 정확도로 초기 간암 판별이 가능해졌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김대수·한태수 박사와 경북대학교 허근 교수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8월 21일, 혈액 내 ‘마이크로RNA’를 AI에 학습시켜 간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마이크로RNA는 우리 몸 속 유전자의 발현 상태를 조절하는 매우 작은 리보핵산 분자로, 특정 질병 상태에서 특정 유형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특징이 있다.

연구팀은 간 질환의 진행 단계별로 실험동물을 통해 전주기 모델을 구축한 뒤, 실제 간암 환자의 혈액 샘플과 비교 연구를 진행했다. 이에 따라 간암 환자에게서 유독 많이 나타나는 8종의 마이크로RNA를 선별해냈다. 이들은 건강한 사람이나 간경변 환자보다 간암을 가진 사람의 혈액에서 더 높은 수치를 보였으며, 간암의 생물학적 지표(바이오마커)로서의 역할이 기대된다.

기존 간암 혈액 진단 지표로 주로 사용되는 '알파태아단백(AFP)'은 간경변 등 다른 간질환에서도 수치가 높게 나타나는 사례가 있어, 정확성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AFP 수치와 앞서 확인한 8종의 마이크로RNA를 함께 AI에 분석시키는 방식을 적용했다. 그 결과 간경변 환자와 초기 간암 환자를 약 95~100%의 정확도로 구분할 수 있는 진단 모델이 완성됐다.

이 기술은 아주 적은 양의 혈액만으로도 높은 정확도로 조기 간암 여부를 판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진은 이 같은 AI 기반 다중 바이오마커 분석 기술이 앞으로 간암뿐 아니라 폐암, 위암 등 다른 유형의 암 조기 진단에도 적용될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 정밀의료 및 개인 맞춤형 암 진단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활용 범위가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궁극적으로는 질병의 조기 발견과 치료 성공률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