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열과 염분 문제로 실용화에 한계가 컸던 태양열 기반 해수 담수화 기술에 돌파구가 열렸다. 울산과학기술원 연구진은 소금이 장치 표면에 쌓이지 않도록 설계한 신기술로, 바닷물을 보다 효율적이고 깨끗한 방식으로 담수화하는 데 성공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장지현 교수 연구팀은 8월 20일, 외부 전력 없이 태양열만으로 바닷물을 정수하여 식수로 전환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증발 장치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장치의 핵심은 'ㄱ'자 구조의 종이 내부를 따라 바닷물이 자연스럽게 상승하고, 효율적인 열흡수 소재에 의해 급속히 수증기로 전환된다는 점에 있다.
기존 태양열 해수 담수화 시스템은 햇빛을 통한 발열에는 성공했지만, 장치 표면에 남는 염분(소금)이 성능을 저하시켜 꾸준한 운용이 어려웠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러한 소금 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페로브스카이트(태양 전지와 광열소자에 사용되는 고효율 소재)를 광열흡수체로 적용했다. 이 소재는 태양광을 효과적으로 흡수하고 열로 전환해, 바닷물 증발 속도를 기존 대비 8~10배 이상 높일 수 있다.
이와 같은 증발 방식으로 만들어진 수증기는 응축 과정을 통해 다시 물로 전환되며, 소금은 장치의 특정 구조를 통해 분리 후 회수 가능하다. 이에 따라 장치 표면은 항상 깨끗하게 유지되며, 장기간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장 교수는 “전기 공급이 어려운 지역에서도 시간당 약 3.4킬로그램의 식수를 생산할 수 있는 실용적 기술”이라며, “경제성과 접근성을 갖춘 수자원 확보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스(Advanced Energy Materials)’ 7월 17일자 온라인판에 후면 표지 논문으로 게재되며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향후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극심한 가뭄과 수자원 부족 문제에 시달리는 지역에서 안정적인 물 공급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태양광 자원이 풍부한 개발도상국이나 섬 지역에서의 활용성이 높아, 글로벌 차원의 물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