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 기업 노리던 박서블...실적은 '적자 수렁', 상장 불확실성 커진다

| 김민준 기자

모듈형 주택 스타트업 박서블(Boxabl)이 나스닥 상장 계획을 밝히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부실한 재무 상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공개된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박서블은 2025년 상반기 동안 약 41억 원($28.5 million)의 수익을 올리는 데 그쳤고, 같은 기간 약 590억 원($41 million)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2024년 동기 대비 매출은 감소하고 손실은 확대된 수치다. 투자자 수는 5만 명 이상, 모금액은 3,300억 원($230 million)을 넘어섰지만 실질적인 주택 공급 실적과 사업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은 커지고 있다.

2017년 설립된 박서블은 부모와 자녀 관계인 파올로 티라마니(Paolo Tiramani)와 갈리아노 티라마니(Galiano Tiramani)가 공동 창업했으며, 360평방피트(약 10평) 규모의 초소형 조립 주택 ‘카시타(Casita)’로 인지도를 높였다. 특히 약 7,200만 원($50,000)이라는 저렴한 가격과 편리한 조립 방식이 부동산 시장의 대안으로 주목받으며 대기자 명단만 9,000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실제로 배송이 완료된 건수는 285채에 불과하며, 올해 7월과 8월 사이에는 단 한 채만 출하됐다. 박서블은 수요에 맞추기 위한 생산 정비 중이라고 밝혔다.

상장을 추진 중인 박서블은 FG 머저(FG Merger)와 합병을 통해 4조 4,800억 원($3.5 billion) 규모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보고서에서 “지속 기업으로 남을 수 있을지에 대해 상당한 의심이 존재한다”는 문구가 등장해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SPAC 합병이 무산되면 상장 역시 좌초될 수 있으며, 계약서상 올해 말까지 거래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양측 모두 계약을 종료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비록 초기 제품은 많은 관심을 모았고, 선결제 방식의 예약금(1인당 최대 $5,000)까지 접수 중이지만, 실질적인 구매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기업 내부에서는 향후 생산량을 끌어올려 매출과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낮은 출하실적과 급증한 손실폭을 고려할 때 재무 건전성을 회복하지 못하면 투자자 신뢰 이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서블의 사례는 단순한 아이디어와 마케팅만으로는 기업 가치를 증명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상장을 앞둔 소비자 중심 제조 스타트업임에도 불구하고 낮은 매출과 큰 손실, 그리고 낙제점에 가까운 실적은 기업의 펀더멘털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