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산업 강화를 위한 대규모 지분 투자를 단행하면서, 인텔이 이에 따른 경영 리스크와 해외 시장 파장을 우려하고 나섰다. 특히 이번 투자로 정부가 인텔의 최대 주주가 되면서, 기업의 자율성과 국제 사업 운영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인텔은 2025년 8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공시를 통해 정부 지분 참여가 기업 경영 전반에 리스크가 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미국 정부는 지난 22일, 인텔 보통주 4억3천330만 주를 주당 20.47달러에 사들이기로 결정했으며, 총 투자액은 89억 달러(약 12조 원)에 이른다. 이로써 정부는 기존 최대 주주였던 자산운용사 블랙록(지분율 8.92%)을 제치고 약 10%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이번 투자금은 이미 제정된 반도체법에서 배정됐지만 집행되지 않았던 보조금 57억 달러에 더해, 정보보안 칩 생산 등을 위한 별도의 지원금 32억 달러로 충당됐다. 형태상 일반적인 민간 투자지만, 재원을 보면 사실상 정부 보조금을 주식으로 전환한 성격을 띤다. 이와 관련해 인텔은 주식이 시가보다 낮은 수준에서 발행돼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가 희석될 수 있는 점, 정부의 규제 권한이 경영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인텔이 특히 민감하게 반응한 부분은 해외 시장에서의 불확실성이다. 현재 인텔은 전체 매출의 76%를 미국 외 지역에서 발생시키고 있으며, 그중 중국 매출만 약 29%에 달한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주요 주주로 참여하게 되면 중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 인텔의 사업에 추가 규제가 가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외국 정부 보조금 수령에도 제약이 따를 가능성이 제기됐다.
정치적 변수도 무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텔의 립부 탄 최고경영자(CEO)에 대해 중국과의 연계 의혹을 제기하며 해임을 요구한 전력이 있어, 향후 기업 경영에 대한 정치권의 영향력이 커질 수도 있다. 인텔은 이번 거래가 정치적 소송이나 공적 감시 강화로 이어질 수 있고, 향후 미국 정치 지형에 변화가 생길 경우 거래 자체가 무효화될 수 있다는 위험도 경고했다.
이번 인수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위한 위대한 거래”라며 자평했다. 반면 립부 탄 CEO는 상무부가 공개한 영상에서 “정부의 주주 참여를 환영한다”고 밝혔지만, 공시에서는 여러 경영 리스크를 분명히 경고한 셈이다.
이 같은 비정상적 기업-정부 관계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미국 정부가 전략 산업을 직접 통제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인텔의 해외 확장 전략과 주주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자유시장 원칙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