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엑스레이로 2.5초 만에 진단…서울대, 인공지능 진단기술 개발

| 연합뉴스

무릎 관절의 안정성에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인 정강이뼈의 경사도를 빠르고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이 모델은 기존보다 적은 정보로도 정밀한 진단을 가능하게 해, 정형외과 진료 현장에서 활용도가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노두현 교수 연구팀은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축적된 무릎 관절 측면 엑스레이 1만여 건을 분석해 경골 후방 경사각을 측정하는 딥러닝 기반 모델을 개발했다고 8월 26일 밝혔다. 경골 후방 경사각은 다리뼈의 정강이뼈(경골)가 뒤로 얼마나 기울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로, 무릎의 안정성과 부상 위험도, 인공관절 수술 후 성공률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지표로 알려져 있다.

기존에는 이 각도를 측정하기 위해 다리 전체, 즉 허벅지부터 발목까지가 포함된 엑스레이 영상이 필요했다. 하지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무릎 부위만 촬영된 영상이 많은 탓에 정확한 측정이 어려웠다. 또 통일된 측정 방식이 없어 사람이나 촬영 각도에 따라 수치가 다르게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러한 변수들은 결국 진단과 수술 예측의 정확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

이에 연구팀이 개발한 AI 모델은 무릎 엑스레이 영상만으로도 경골 후방 경사각을 신속하게 계산할 수 있다. 핵심은 무릎뼈에서 해부학적으로 중요한 여섯 개 기준점을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경사의 중심축과 관절의 기울기를 수치로 환산해낸다. 이 과정은 평균 2.5초 만에 처리되며, 이는 전문의가 직접 수치를 분석할 때 소요되는 평균 시간인 약 26초보다 훨씬 빠른 결과다. 게다가 이 모델의 측정 결과는 전문의의 판단과 91%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미국의 정형외과 분야 국제학술지인 ‘스포츠의학 정형외과 저널’에도 소개되며 학술적 관심을 끌고 있다. 연구진은 앞으로 이 AI 모델이 무릎 진단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후속 연구와 임상 적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같은 기술 발전은 향후 무릎 관절 질환 환자의 진단과 치료 정확도를 높이고, 특히 인공관절 수술의 예후를 예측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나아가 의료 현장의 효율성 개선과 의료 자원의 절감 측면에서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