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미국과의 과학기술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하면서, 핵융합·인공지능(AI)·양자(퀀텀) 등 첨단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 확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구혁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은 2025년 8월 26일 제임스 댄리 미국 에너지부 부장관과 면담을 갖고, 원자력과 핵융합을 포함한 대형 과학기술 프로젝트 협력 방안을 폭넓게 논의했다. 이번 면담은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양국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과학기술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양측은 특히 차세대 원자로 기술과 우리나라의 인공태양 KSTAR(한국형 초전도 핵융합연구장치)를 활용한 공동연구 확대에 뜻을 모았다. 핵융합은 사실상 무한한 청정에너지로 평가되는 미래 원천기술로, 한국은 세계 상위권 성과를 보유한 국가 중 하나다. 미국은 자국의 연구 인프라와 한국의 기술력을 결합해 상호 이익을 도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전자-이온충돌기(EIC) 프로젝트처럼 초대형 기초 과학 인프라 구축에도 한국 참여 가능성이 검토되고 있다. EIC는 입자 가속기 기술을 응용한 첨단 연구시설로, 물질의 근원인 양성자 구조를 들여다보는 데 활용된다. 이와 더불어 AI와 양자 기술 분야에서도 양국의 주요 연구기관 간 협력구조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논의됐다.
연구안보(Research Security) 문제도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기술 유출이나 국제 정세 변화에 따라 연구 현장이 직면할 보안 위협에 대해 양측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국립연구소 간 보안 체계 개선과 현장 역량 강화를 위한 제도 교류에 나서기로 했다. 구 차관은 이를 보다 체계화하기 위해 고위급 협의 채널을 정례화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통해 일회성 논의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협력 틀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한미 양국이 과학기술 협력을 매개로 전략적 외교 접점을 넓히는 가운데, 앞으로 협력 분야가 더욱 다각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핵융합이나 양자처럼 기술 선점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분야에서 공동 R&D(연구개발)가 본격 추진된다면, 한국의 기술 위상과 산업 응용 가능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