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으로 연결하는 AI 시대… 오픈라이트, 491억 원 투자 유치

| 김민준 기자

AI와 고성능 컴퓨팅(HPC) 수요 급증에 따라 차세대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오픈라이트(OpenLight)가 새로운 광통신 기술 상용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광학 인터커넥트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 오픈라이트는 최근 시리즈 A 펀딩에서 3,400만 달러(약 491억 원)를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투자는 Xora 이노베이션과 카프리콘 인베스트먼트 그룹이 공동 주도했으며, HPE에 인수된 주니퍼 네트웍스와 메이필드, 램 캐피털, 뉴 레거시 벤처스, K2 액세스 등이 참여했다. 오픈라이트는 시냅시스(Synopsys)에서 분사해 독립법인으로 전환한 지 불과 몇 주 만에 이번 투자를 끌어냈다.

오픈라이트는 광신호를 활용해 반도체 간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는 차세대 기술인 ‘실리콘 포토닉스’ 기반 인터커넥트를 전면에 내세웠다. 현재 AI 모델은 수천 개의 GPU 클러스터를 활용해 방대한 연산을 처리하며, 기존 전자식 인터커넥트로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성능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Xscape 포토닉스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많은 AI 개발자들이 GPU 성능 중 실제로는 약 25%만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오픈라이트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핵심 기술로 '광 응용특화 집적회로(PASIC·Photonic ASIC)'를 제시했다. PASIC은 기존 전력 기반 ASIC처럼 특정 목적의 성능을 최적화한 광기반 칩으로, AI와 통신, 자율주행차, 퀀텀 컴퓨팅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이 가능하다. 특히 인듐포스파이드(indium phosphide)를 실리콘과 통합한 이기종 집적 방식은 기존 성능 한계치였던 200Gbps를 뛰어넘는 400Gbps급 광변조기를 구현할 수 있다.

아담 카터 오픈라이트 CEO는 "우리는 범용 제품이 아닌, 각 고객에 맞춘 맞춤형 PASIC을 제공한다"며 "설계와 제조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해 복잡한 애플리케이션에 특화된 광 칩을 신속하게 제작할 수 있는 것이 우리의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고객은 오픈라이트가 제공하는 설계 키트(PDK)를 통해 자체 설계를 진행할 수 있으며, 생산은 타워 세미컨덕터와 협력해 진행된다.

회사는 2025년 말부터 고객 제품 생산이 시작될 예정이며, 2026년부터는 로열티 수익이 본격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초기 고객은 반도체 및 통신장비 기업,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이 주를 이루며, 라이다, 산업센싱, 퀀텀 컴퓨팅 등으로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오픈라이트는 기존 PDK 라이브러리에 더 많은 부품과 고속 광모듈 기술을 추가하고, 조기 도입 기업의 양산 지원을 위한 인력 확충에도 나설 계획이다. 카프리콘의 디펜더 살루자 대표는 "AI 수요 폭증과 인프라 비용 절감 요구에 따라 광 인터커넥트 도입은 이제 시간문제"라며 "오픈라이트가 갖춘 기술력과 생태계는 해당 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투자를 계기로 오픈라이트는 차세대 AI 하드웨어를 위한 새로운 연결 방식을 제시하며 업계 주도권 확보에 나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