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프라이빗 클라우드, 주권 컴퓨팅이 기업 IT의 근간을 빠르게 재편하고 있는 가운데, 브로드컴(AVGO)의 VMware 인수 이후 변화의 핵심에 VMware의 프라이빗 클라우드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실리콘밸리 중심의 미디어 플랫폼인 SiliconANGLE과 theCUBE 측 분석에 따르면, 기업은 이제 단순한 기술 실험을 넘어, 거버넌스와 리스크 통제를 겸비한 클라우드 아키텍처를 본격적으로 도입해야 하는 전환기에 놓였다.
브로드컴의 VMware 인수는 단지 소유권의 교체를 넘어, 비즈니스 모델과 가격 전략, 고객대응 방식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더 이상 복잡한 포트폴리오나 광범위한 생태계를 유지하기보다는, 대기업 고객을 중심으로 간소화된 구독 모델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존 퓨리어(John Furrier) theCUBE 리서치 공동 창립자는 이런 전략을 두고 “VMware를 중심으로 하는 프라이빗 클라우드가 AI 기반 컴퓨팅 전환의 중심축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브로드컴이 VMware 인수 전에 질의되던 ‘거래 성사 여부’ 우려는 1년여 만에 사라졌고, 퓨리어는 VMware의 연간 매출이 약 200억 달러(약 28조 8,000억 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인수 전과 비교해 거의 세 배에 가까운 성장이다. 이러한 성장의 근거로 그는 “불필요한 영업조직을 제거하고, 기존보다 두 배 이상 요금을 올리는 한편, 단순 구독 모델로 전환함으로써 수익성이 극대화됐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 같은 전략은 논란도 뒤따른다. 요금 인상과 리셀러·영업 조직의 축소로 일부 고객의 불만이 커졌지만, 반대로 기업 고객 중심의 ‘선택과 집중’ 전략 덕분에 프라이빗 클라우드 분야에서의 입지 강화도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VMware는 이제 더 이상 모든 고객을 끌어안으려 하지 않고, 자신들의 클라우드 전략에 동의하는 기업만을 고객으로 삼겠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VMware의 생태계도 단순히 축소된 것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재편됐다. 시장 개발 자금(MDF)이나 대형 개발자 행사가 사라진 대신, 브로드컴이 보유한 반도체 역량과 VMware의 고객 기반을 결합한 형태로 생태계가 수렴되고 있다. 퓨리어는 이를 “분산 컴퓨팅과 프라이빗 클라우드가 결합된 차세대 구조의 서막”이라 평가했다.
또한 레베카 나이트(Rebecca Knight) theCUBE 앵커는 브로드컴이 집중 홍보하고 있는 VCF 9.0(VMware Cloud Foundation 9.0)에 대해 “혁신적이지 않지만, 약속한 대로 제대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기업 고객들의 반응이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이전처럼 화려하거나 과장된 기능보다, 신뢰가능하고 일관된 성능을 원하는 기업 고객 요구에 정확히 부합하는 제품이라는 평가다.
결국 이 모든 변화는 브로드컴이 VMware를 통해 기업 고객 중심의 프라이빗 클라우드 허브를 구축하려는 전략적 의도를 반영한다. AI가 클라우드 인프라와 애플리케이션 전방위에 파고드는 현 시점에서, VMware는 더 이상 단순한 가상화 기술 기업이 아닌, AI 시대를 이끄는 민첩한 플랫폼 제공자로 재정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