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첨단산업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향후 10년간 세계 에너지 수요 증가 속도가 과거보다 6배 빨라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국내외 에너지 산업이 청정에너지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으나, 전력망 인프라 보강과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가 주요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 사무총장은 2025년 8월 27일 부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기후산업국제박람회’ 참석차 방한해 “세계는 지금 ‘전기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인공지능(AI)과 데이터 산업 확산에 따라 에너지 수요가 전례 없이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에너지 수요 증가의 배경에는 AI, 배터리, 반도체 등 고속 연산과 대용량 저장이 필요한 기술 산업 확장이 깔려 있다. 이에 따라 전력 사용량도 급증하고 있는데, 전통적 화석연료 중심의 투자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 특히 전력 생산과 관련한 청정에너지 부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IEA에 따르면 현재는 화석에너지 1달러 투자에 대해 청정에너지에 2달러 가까운 투자가 이뤄지고 있으며, 이는 이전과 완전히 달라진 흐름이다.
다만 이러한 변화 속도에 비해 인프라 확장은 상대적으로 더디다. 비롤 사무총장은 “AI로 촉발된 급속한 전력 수요 증가는 전력망과 저장 시설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며, 현재 세계 각국의 전력망 투자가 수요 증가와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점을 우려했다. 전력망이란 생산된 전기를 각 가정과 산업 현장으로 전달하는 핵심 인프라로, 재생에너지 확대의 성공 여부를 좌우할 중요한 요소로 평가된다.
또 다른 에너지 시장의 화두는 핵심광물의 집중도 문제다. AI, 배터리,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리튬, 코발트, 희토류 등 주요 광물 자원이 특정 국가에 지나치게 의존되고 있다는 점은 공급망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비롤 사무총장은 IEA가 추적 중인 20개 전략광물 중 19개가 특정 한 국가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하며, 광물 공급의 다변화와 국제 협력의 절실함을 강조했다.
한편 청정에너지 기술 제조 산업은 향후 강력한 성장세가 예상된다. 현재 약 7천억 달러 규모인 이 시장은 2035년이면 2조 달러 가까이 확대돼, 현재 원유 시장과 맞먹는 수준이 될 전망이다. 비롤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해 한국의 정책과 기술력에 주목하며, 특히 배터리와 전력기계 분야에서 세계 시장 진출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한국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정책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됐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에너지 관련 산업 전반의 구조 변화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에너지 생산을 넘어, 기술과 인프라의 글로벌 경쟁이 더 심화될 수 있으며, 각국은 자원 확보와 전력 안정성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 조율에 더욱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