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처리 능력이 요구하는 네트워크 성능이 점차 고도화되는 가운데, 브로드컴(Broadcom)이 새로운 데이터센터용 네트워킹 디바이스들을 공개하며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 모델이 초고속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환경에서는 네트워크 인프라가 병목 없이 작동해야 한다는 점에서, 브로드컴의 발표는 기술 업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브로드컴의 수석 부사장이자 총괄 책임자인 램 벨라가(Ram Velaga)는 최근 열린 ‘VM웨어 익스플로어 2025’에서 실리콘앵글(SiliconANGLE) 산하의 영상 스튜디오 큐브(theCUBE)와의 인터뷰에서, 자사 최신 제품들이 데이터센터 간 수십 km 이상 떨어진 거리에서도 지연시간과 패킷 손실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됐다고 밝혔다. 특히 “AI는 고도의 분산 컴퓨팅 시스템이다. 데이터를 지연 없이 이동시키는 네트워크가 핵심”이라며, 브로드컴의 전략적 초점은 이러한 고속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가장 주목받는 신제품은 톰호크 6(Tomahawk 6), 톰호크 울트라(Tomahawk Ultra), 그리고 제리코 4(Jericho 4)다. 톰호크 6는 이전 모델보다 대역폭을 두 배로 늘렸으며, 톰호크 울트라는 초저지연 환경에 특화된 스위치 솔루션이다. 제리코 4는 대용량 버퍼 처리 능력을 갖추고 있어 전송 충돌이나 혼잡 상황에서 패킷 손실 없이 데이터를 재전송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벨라가 총괄은 “AI 모델의 데이터가 한 곳의 데이터센터에 수용되지 않고, 때론 100km 떨어진 센터 간을 이동한다. 이때 안정적인 버퍼링이 가능해야 네트워크 효율이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제리코 계열 제품에 대해 “수천 개의 3.2테라바이트급 포트를 연결해 거대한 네트워크 패브릭을 구성할 수 있다”며 시스템의 확장성과 처리 능력을 강조했다.
이처럼 브로드컴은 AI의 확산을 고도화하는 기술적 토대로서 고성능 네트워크 인프라의 중요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 벨라가는 장기적으로는 CPU, GPU, XPU 등 이기종 프로세서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이른바 이종 연결 네트워크(heterogeneous connectivity)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는 단일 PC처럼 폐쇄된 컴퓨팅 구조이지만, 향후에는 누구나 참여해 구성할 수 있는 개방형 인터넷처럼 확장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브로드컴의 이번 행보는 AI 기반 인프라 확장에 따른 차세대 네트워크 수요를 선도하기 위한 명확한 시그널로 해석된다. 네트워크가 AI 처리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하기 위한 기술적 진화를 이끄는 선도기업으로서의 역할이 점점 더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