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자사의 라디오 콘텐츠를 처음으로 외부 플랫폼을 통해 무료로 제공하면서, 오디오 스트리밍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기존 애플뮤직 앱 안에 제한됐던 콘텐츠를 개방한 배경에는 스포티파이 등 경쟁사에 뒤처진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8월 27일(현지시간), 애플이 디지털 라디오 플랫폼 튠인(TuneIn)과 협력해 6개의 음악 라디오 채널을 무료로 송출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애플뮤직 히트', '애플뮤직 록', '애플뮤직 힙합' 등 인간 DJ가 직접 선곡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주요 내용이다. 그동안 애플뮤직 앱 안에서만 제공되던 이 콘텐츠가 외부 플랫폼에 개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튠인은 전 세계 10만 개가 넘는 라디오 방송을 제공하고 있는 글로벌 오디오 플랫폼이다. 이용자는 자체 앱뿐 아니라, 스마트 스피커나 차량용 커넥티드 디바이스를 통해서도 접속할 수 있다.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약 7,500만 명에 이르며, 스포츠 생중계 등 다양한 유료 서비스도 함께 운영 중이다. 애플이 이런 대규모 플랫폼과 손잡은 이유는 자사 콘텐츠의 노출도를 높여 청취자를 유료 고객으로 유인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현재 음악 스트리밍 시장은 콘텐츠의 획일성 때문에 차별화가 어려운 구조다. 스포티파이, 유튜브 뮤직 등 경쟁사들은 광고가 삽입된 무료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를 끌어들이고, 이후 프리미엄 가입으로 유도하는 방식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왔다. 반면 애플은 광고 없는 유료 스트리밍 전략을 고수하면서 몇 달간의 무료 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 전부였다. 이번 외부 무료 라디오 제공은 그간의 보수적인 전략에서 벗어난 첫 시도다.
애플의 이 같은 변화는 점유율 하락과 무관하지 않다. 시장조사업체 미디아 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애플의 미국 내 음악 구독 서비스 시장 점유율은 30%였지만 지난해 말에는 25%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스포티파이는 점유율을 31%에서 37%로 끌어올리며 애플과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시장 내 입지가 좁아지는 상황에서 애플은 새로운 유입 경로로 외부 플랫폼을 택한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애플이 음악 서비스 전략 전반에 보다 유연한 변화를 꾀할 가능성을 예고한다. 특히 비디오 콘텐츠 중심의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와 달리 오리지널 콘텐츠로 차별화하기 어려운 오디오 시장에서는 사용자 접근성을 높이는 채널 확장이 주요 과제가 되고 있다. 애플의 첫 외부 오픈이 어느 정도의 구독 전환률을 가져올지가 시장 향방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