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삼성·하이닉스 中 공장에 제동…반도체 기술전쟁 격화

| 김민준 기자

미국 상무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인텔 등을 포함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내 공장 운영에 새로운 제약을 가하면서, 미·중 간 기술 갈등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조치는 중국 현지 반도체 생산라인에 미국산 장비를 설치하거나 생산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상무부는 오는 120일 후부터 미국 반도체 장비를 중국 팹에 들이려면 미리 정부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을 관련 기업들에 통보했다. 이는 기존 생산라인은 유지하되, 성능 개선 또는 설비 신규 증설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메시지로 읽힌다. 영향권에 든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용 AP 및 메모리 반도체를,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NVDA)의 그래픽 카드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HBM 메모리를 납품해 오고 있다.

인텔(INTC)의 경우 몇 년 전 중국 내 메모리 생산시설을 SK하이닉스에 매각한 이력이 있어 직접적인 타격은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미국 당국의 대중국 사업에 대한 규제 강화 기류가 지속될 경우 다양한 파급 여파가 우려되고 있다.

이번 발표와 동시에 미국 반도체 장비 업체의 주가도 반응했다. 램리서치(LRCX)는 이날 3.8% 하락 마감했으며,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AMAT)도 2.7%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는 업계 전반이 새로운 수출 제재를 매출 감소 요인으로 인식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작년에도 미국은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을 대폭 제한한 바 있다. 이로 인해 미국 기업들은 중국으로의 수십억 달러 규모 장비 수출에 필요한 라이선스를 정부에 신청 중인 상황이다.

같은 날 월스트리트저널은 알리바바(BABA)가 독자 개발한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중국 내 공장에서 생산 중이라는 보도를 내놓았다. 이 칩은 추론용 AI 작업에 최적화되어 있으며 이전 세대의 자체 칩 대비 활용 가능한 용도 범위를 넓혔다고 한다. 특히 이번 칩은 엔비디아 GPU용으로 작성된 소프트웨어도 별도 코드 수정 없이 실행할 수 있어 AI 개발자의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여줄 수 있는 혁신 요소로 주목된다.

한편, 엔비디아와 AMD는 최근 미국 정부로부터 AI 칩의 중국 수출 재개 승인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내는 조건으로 해당 사업을 재개할 수 있으며, 업계는 엔비디아가 연말까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중국 발주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미국의 규제 강화와 알리바바의 칩 독자 개발 움직임 등은 글로벌 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경쟁이 제조와 설계, 소프트웨어 호환성까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미·중 기술 냉전이 더욱 복잡하고 정교해지는 양상 속에서, 기업들의 글로벌 공급망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