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엑시노스, 성능 대도약…퀄컴과 정면승부 예고

|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독자 개발한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가 최근 크게 개선된 성능을 보이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다시 존재감을 확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성능 도약은 오랫동안 실적 부진에 시달려온 삼성전자 시스템LSI 및 파운드리 사업부의 회복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최근 반도체 전문 평가사이트 긱벤치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차세대 AP 엑시노스 2600으로 추정되는 칩셋은 싱글코어 3천309점, 멀티코어 1만1천256점을 기록했다. 이는 경쟁사 퀄컴의 차세대 스냅드래곤8 엘리트 프로세서가 기록한 점수(싱글 3천393점, 멀티 1만1천515점)에 근접하는 성능으로, 과거 대비 큰 도약을 보여준다. 직전세대였던 엑시노스 2500이 동일 테스트에서 싱글 2천575점, 멀티 8천761점 수준에 머물렀던 점을 고려하면, 짧은 시간 내 괄목할 만한 개선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자사 스마트폰 라인업에도 엑시노스를 적극 탑재하고 있는 모습이다. Z 플립 7에는 엑시노스 2500이 전량 적용됐으며, 조만간 공개될 갤럭시S25 팬에디션(FE)에도 엑시노스 2400이 들어갈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 출시가 예상되는 갤럭시S26 시리즈에 다시 엑시노스를 채택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설계 기술 향상뿐 아니라, 삼성전자가 추진 중인 2나노미터 공정 기반의 첨단 반도체 생산 경쟁력이 인정받기 시작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엑시노스의 경쟁력이 회복된다면, 삼성전자 내부 사업 부문 간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시스템LSI 사업부는 반도체 설계를, 파운드리 사업부는 생산을 담당하는데, 두 부문 모두 최근까지 적자가 이어지고 있었다. 자체 칩 활용이 늘어나면 생산 수율(정상 제품이 차지하는 비율)을 높일 수 있고, 모바일 기기 사업부는 고가의 외주 칩을 대체함으로써 비용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낙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벤치마크 점수는 이론상 최대 성능을 측정한 수치로, 실제 제품 성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특히 열 방출(발열), 전력 제어 능력, 수율(생산 과정에서 양품 비율)이 아직 신뢰할 수준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과거 엑시노스가 시장에서 외면받은 핵심 원인도 이 같은 기술적 문제였던 만큼, 향후 양산 단계에서의 테스트 결과가 성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흐름은 삼성전자가 엑시노스를 본격적으로 플래그십 라인업에 도입할 수 있는 기반이 될지 여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만약 기술력과 공급 안정성이 충분히 확보된다면, 글로벌 칩시장에서 퀄컴과의 경쟁 구도를 형성하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재건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