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하이닉스 VEU 해제… 美, 중국 희토류 협상용 '지렛대' 꺼냈다

|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반도체 공장에 대한 포괄적 수출 허가(영문약칭 VEU)를 철회한 가운데, 이를 둘러싼 해석이 확산되고 있다. LS증권은 이번 조치가 단순한 기술 통제가 아닌, 미중 간 희토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VEU(Validated End-User)는 미국 정부가 우호적인 기업에 대해 일정 품목에 대한 사전 수출 승인을 허용하는 제도로, 지정되면 별도 절차 없이 장비나 기술을 수입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지난 8월 미국 상무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생산 공장에 부여했던 VEU 지정을 잇따라 취소하면서, 관련 기업들의 공급망 및 설비 운용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LS증권의 차용호 연구원은 이같은 강경 조치가 실제로는 기술 통제보다는 지정학적 목적에 가까워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이 이번 수출 규제를 통해 직접적인 인공지능(AI) 반도체 생산을 억제하기보다는, 오히려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정책 변화에 영향을 미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현재 중국은 세계 희토류 채굴량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희토류는 전기차, 첨단 무기, 반도체 등 핵심 산업에 사용되는 필수 소재로 꼽힌다.

특히 미중 간 기술경쟁과 자원 경쟁이 동시에 전개되는 가운데, 미국은 MP머티리얼즈 같은 자국 기업을 통해 희토류 공급망을 자립시키려는 동시에, 중국은 반대로 해외 기술 없이도 자체적으로 AI 반도체를 생산하는 '내재화'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어느 한 쪽도 아직 완전한 자립에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양국 모두 서로의 자원과 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호 견제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최근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에 맞춰 개발한 AI 반도체 H20의 수출 재개 움직임에도 아직 진전이 없는 점은, 미중 간 물밑에서 자원과 기술을 두고 교착 상태의 협상이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현재의 수출 규제 역시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되고 있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향후 미국 정부가 VEU 지정을 일부 복원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LS증권은 만약 이번 조치가 실질적인 제재 목적보다는 협상 전술에 가깝다면, 일정 조건이 충족되는 가운데 허가 연장에 대한 타협이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술과 자원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이런 조치들은 앞으로도 협상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