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의 가전 업체들이 9월 5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5에서 첨단 로봇청소기 신제품을 선보이며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두고 본격적인 기술 경쟁에 돌입했다. 성능 차별화에 나선 중국과 프라이버시 보호를 강조한 한국 기업 간의 전략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먼저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글로벌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로보락은 강력한 흡입력과 얇은 두께를 갖춘 ‘큐레보 커브2 프로’를 이번 전시회에서 공개했다. 이 제품은 2만5천 파스칼에 이르는 흡입력과 7.98센티미터 두께의 초슬림 설계로 공간 제약을 최소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로보락은 이외에도 고온 스팀 기능을 더한 물걸레 청소기와 세탁·건조기 신제품 등 새 생활가전 라인업도 함께 발표했다. 특히 유럽 시장을 겨냥해 로봇 잔디깎이 신제품도 처음으로 공개하며 제품군 확장을 예고했다.
중국의 드리미는 계단 등반 기능을 세계 최초로 적용한 ‘사이버 X’를 통해 기술 혁신을 강조했다. 이 제품은 타원형 바퀴를 활용해 최대 25센티미터까지 계단을 오를 수 있으며, 전시장에서는 실제 계단을 상하로 움직이면서 관심을 끌었다. 또 다른 중국 업체인 에코백스는 청소 중 비는 시간을 활용해 배터리를 고속 충전하고, 한 번 충전으로 최대 1,000제곱미터 청소가 가능한 ‘디봇 X11’을 선보이며 실용성을 강조했다.
이에 맞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보안 기능을 접목한 신형 로봇청소기를 통해 차별화 전략을 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비스포크 AI 스팀’을 통해 섭씨 100도의 고온 스팀과 100와트의 흡입력을 기반으로 한 강력한 청소 성능을 공개했다. 특히 구석 등을 인지해 브러시와 물걸레가 자동으로 펼쳐지는 ‘팝 아웃 콤보’ 기능이 탑재돼 사용자 편의성을 높였다. LG전자는 세계 최초로 본체와 거치대 모두에 스팀 기술이 들어간 ‘히든 스테이션’과 ‘오브제 스테이션’을 공개하며 청소 성능과 위생 모두를 강화했다.
중국 업체들이 기술 혁신으로 무장한 반면, 국내 기업들은 보안 역량을 앞세워 시장의 신뢰를 공략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일부 중국산 로봇청소기에서 불법 접근 가능성이 확인된 반면, 삼성과 LG 제품은 장치 접근 권한과 암호 설정, 업데이트 체계 등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삼성전자는 자사 보안 플랫폼인 ‘삼성 녹스’를 내세워 외부 공격에 대비한 물리적 보안까지 강조했고, LG전자도 올해 출시할 제품에 자체 보안 기술 ‘LG 쉴드’를 반영해 보안 수준을 강화할 방침이다.
현재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매출 기준 약 60%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어, 한국 기업들에게는 치열한 반격의 시간이 되고 있다. 이번 IFA 2025를 통해 앞으로 양국 기업 간의 기술 경쟁이 한층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소비자들은 더욱 다변화되고 정교해진 선택지를 맞이하게 될 전망이다. 특히 향후 소비자들의 중요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는 ‘사생활 보호’와 ‘위생 청소’ 기능이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시장 판도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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