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구글에 광고 독점 혐의로 5조 원 과징금… 트럼프 “미국 기술기업 탄압”

| 김민준 기자

유럽연합(EU)이 자사 광고 기술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이유로 구글(GOOGL)에 35억 달러(약 5조 400억 원)의 벌금을 부과하면서, 미국과 유럽 간 기술 경쟁의 갈등이 또 한 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번 제재는 4년 전 시작된 EU 반독점 조사 결과에 따른 것으로, EU는 구글이 자사 플랫폼에 유리하도록 광고 입찰 구조를 조작했다고 판단했다.

EU 집행위원회는 특히 구글의 광고 입찰 플랫폼 AdX와 애드 매니저(Google Ad Manager)의 운영 관행에 주목했다. 웹사이트 운영자가 광고 공간을 판매하고 광고주는 이를 경매에 참여해 구매하는 플랫폼 구조에서, 구글이 경쟁 플랫폼들을 배제하거나 불리한 입찰 경로를 설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사 플랫폼의 입찰 데이터를 이용해 AdX에 우위를 부여하고, 결과적으로 시장 경쟁을 왜곡했다는 게 EU의 판단이다.

이번 결정에는 강도 높은 구조적 시정명령도 포함됐다. EU는 구글에게 광고 사업의 이해 충돌 해소를 요구하는 동시에, 일부 비즈니스 부문의 매각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EU는 “경쟁을 원천적으로 회복하기 위해선 구글의 광고기술 사업 분리가 필요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강력한 후속조치를 예고했다.

이에 대해 구글은 즉각 반발하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리앤 멀홀랜드(Lee-Anne Mulholland) 구글 글로벌 규제 담당 책임자는 “이번 조치는 부당할 뿐 아니라, 수만 개 유럽 기업들의 수익 창출을 어렵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이번 과징금 결정은 정치권의 반응도 불러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 플랫폼 트루스소셜을 통해 “유럽은 위대한 미국 기업 구글에 또 하나의 불합리한 벌금 폭탄을 떨어뜨렸다”며 “이는 미국의 혁신과 일자리, 투자를 훼손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그는 나아가 “이 같은 일이 반복되면, 무역법 제301조를 발동해 유럽의 불공정한 조치를 무효화하겠다”고 경고했다.

앞서 미국 법원도 구글의 광고 생태계에 대한 독점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올해 초 미 연방법원은 구글이 광고기술 시장에서 불법적인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했고, 향후 시정조치를 다루는 별도의 공청회가 예정돼 있다. 특히 최근 마무리된 또 다른 반독점 재판에서는 구글이 크롬 웹브라우저 판매 강제 조항을 피했지만, 규제 기관으로부터 구조조정 요구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구글은 광고기술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기업이다. 이번 EU의 결정은 유럽 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디지털 광고 생태계에도 광범위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규제 압박과 정치 갈등이 맞물리는 현 상황에서, 구글의 다음 움직임이 기술 및 자본 시장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