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 없이도 냉방 성공…한국, '고체냉매'로 친환경 냉각 시대 연다

| 연합뉴스

가스 냉매로 인한 환경 문제가 커지는 가운데, 한국재료연구원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신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고체 물질을 이용해 냉각 효과를 내는 방식으로, 향후 냉각기술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 계기가 될 수 있다.

한국재료연구원은 9일, 가스를 사용하지 않고도 냉각을 구현할 수 있는 ‘친환경 고체냉매 기반 자기냉각 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나노재료연구본부 김종우 박사팀과 재료공정연구본부 신다슬 박사팀이 협력해 연구한 성과다. 자기냉각 기술은 특정 자기장이 고체 냉매에 가해질 때 발생하는 자기 열량 효과를 활용해 온도를 낮추는 원리로 작동한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냉방 장치에 사용돼온 가스 냉매는 오존층을 파괴하고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등 심각한 환경 문제를 일으켜 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1987년 채택된 몬트리올 의정서에 따라 단계적 사용 금지를 추진하고 있으며, 2030년 이후에는 대부분의 가스 냉매 생산과 사용이 전면 금지될 예정이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신재생에너지와 친환경 냉각 기술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이다.

연구진은 고체냉매로 사용된 물질로 란타넘(La)계 합금과 망간(Mn)계 합금 등을 활용했다. 또한 열간압연과 마이크로 채널 가공 같은 정밀한 공정기술을 적용해 소재의 미세조직을 제어함으로써 냉각 효율과 반복 사용의 신뢰성을 높였다. 특히, 연구팀은 국내 최초로 자기냉각 소재의 단열 온도 변화를 직접 측정할 수 있는 전용 장비까지 자체 개발해 상용화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한국재료연구원 측은 새로운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기존의 가스 냉매를 점진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종우 책임연구원은 “해당 기술이 친환경적이면서도 안정적인 냉각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어서 향후 산업·가정용 냉방 및 저온 관련 산업 전반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각국의 규제 강화와 함께 지속가능한 미래기술 수요가 확대되면서, 고체냉각과 같은 대체 기술의 시장 필요성도 커질 전망이다. 기술의 상용화 속도와 생산 단가 문제를 해결한다면, 향후 전 세계 냉각 기술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