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클라우드 빅피처에 주가 26% 급등…AI 성장 기대감 '폭발'

| 연합뉴스

미국의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이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분기 실적을 발표했지만, 클라우드 부문에서의 폭발적 성장 전망을 내세우며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이 여파로, 오라클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20% 이상 급등했다.

오라클은 9일(현지시간) 회계연도 기준 2026년 1분기(2024년 6∼8월) 실적을 공개했다. 매출은 149억2,6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지만, 금융정보업체 LSEG가 집계한 시장 기대치인 150억4,000만 달러에는 못 미쳤다. 조정 주당순이익 역시 1.47달러로 예상치(1.48달러)에 조금 모자렸으며, 순이익은 29억2,700만 달러로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에 그쳤다.

단기 실적은 평이했지만, 시장이 주목한 것은 오라클이 제시한 향후 성장 계획이다. 오라클의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 부문 매출은 33억4,7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하면서 전 분기 성장률(52%)을 웃돌았다. 특히 아직 고객에게 공급되지 않은 계약금액을 의미하는 '잔여 이행 의무'(RPO)는 전년 대비 무려 359% 급증해 4,550억 달러에 이르렀고, 이 수치는 몇 달 안에 5,000억 달러를 넘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회사 측은 향후 몇 년간 클라우드 관련 매출 확대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클라우드 인프라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77% 늘어난 180억 달러가 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어 4년간 매출이 단계적으로 320억 달러, 730억 달러, 1,140억 달러, 1,44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급격한 성장은 인공지능과 멀티클라우드 수요가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오라클의 공동창업자이자 회장인 래리 엘리슨은 특히 다른 대형 기술 기업들과 협력해 멀티클라우드 환경을 강화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의 데이터베이스 관련 매출이 1분기 중 1,529%라는 이례적인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 평가했다. 또한 내달에는 제미나이(구글), 챗GPT(오픈AI), 그록(xAI) 등 다양한 대형 언어모델(LLM)을 활용해 데이터 처리와 분석이 가능한 '오라클 AI 데이터베이스'라는 새로운 서비스도 출시할 계획이다.

이날 발표 직후 오라클 주가는 뉴욕 증시 정규장에서 1.29% 오른 241.56달러에 마감한 데 이어, 시간외 거래에서는 26.47% 급등한 305.50달러까지 치솟았다. 연초 이후 오라클 주가는 누적 45% 상승한 상태이며, 10일 정규장에서 주가가 22% 이상 오를 경우 1999년 닷컴 버블 당시 이후 가장 큰 하루 상승률을 기록하게 된다.

이 같은 주가 급등은 오라클이 기존 소프트웨어 강자에서 벗어나, 클라우드와 인공지능 중심 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투자자들의 기대가 실리고 있음을 방증한다. 향후 기술 기업 중심의 클라우드 경쟁에서 얼마나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오라클의 중장기 성장 방향을 가늠할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