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클라우드 수주 폭발에 시간 외 27% 급등… 'AI 인프라 왕좌' 노린다

| 김민준 기자

오라클(ORCL)이 최근 발표한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지만, 장기 클라우드 수익 전망 발표로 인해 투자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회사는 이번 분기에 3건의 고객사와 각각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고, 이에 따라 수주 잔고인 ‘RPO’는 전년 동기 대비 359% 급증한 약 655조 원($4550억)에 달했다. 이 같은 발표 직후 오라클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27% 이상 급등하며 26년 만에 하루 기준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번 호실적의 주역은 단연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OCI)다. 사프라 캐츠(Safra Catz) CEO는 성명에서 “이러한 수요가 지속된다면 향후 몇 개월 내 몇 건의 추가적인 수십억 달러 계약이 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OCI 부문 매출은 올해 260억 원(약 18억 달러) 규모에서 2030년까지 약 208조 원(약 1440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대담한 성장 로드맵도 제시했다. 이는 월가 예측치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에버코어의 커크 마탄 애널리스트는 2029년 매출을 155조 원(약 1080억 달러) 수준으로 예상했지만 오라클은 이를 가뿐히 뛰어넘는 목표를 공개했다.

이번 발표 직전 마이크로소프트(MSFT)가 발표한 애저 매출은 약 1080억 원(약 7,500만 달러)였고,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약 161조 원(약 1120억 달러)에 달했다. 이들과 비교하면 오라클은 이제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 클럽에 한 발 더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큐브(theCUBE)의 수석 애널리스트 데이브 벨란테는 "이번 분기 실적은 평이했지만, 시장은 회사의 자신감과 장기 성장성을 더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분기 오라클은 주당 순이익(EPS) 1.47달러, 매출은 214조 원(약 149억 3,000만 달러)으로, 각각 예상치였던 1.48달러와 216조 원(약 150억 4,000만 달러)을 소폭 하회했다. 순이익은 전년 동기와 동일한 약 42조 2,000억 원(약 29억 3,000만 달러) 수준을 기록했다. 이 같은 실적 하락에도 투자자들이 환호한 이유는 분명하다. 클라우드 기반의 장기 지속 가능성과 인공지능(AI) 플랫폼 중심 전략이 시장의 신뢰를 얻은 것이다.

이와 함께 오라클은 오픈AI(OpenAI), 구글(GOOG), 안트로픽(Anthropic) 등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AI 생태계 중심기업으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지난달에는 GPT-5 모델을 자사 클라우드 플랫폼에 통합했다고 발표했으며, 10월에는 AI 기반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서비스도 공식 출시할 예정이다. 이 플랫폼은 다양한 언어 모델이 오라클 데이터에 직접 접근해 학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점에서 AI 인프라의 중심축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오라클은 이미 엔비디아(NVDA)의 GPU를 우선 공급받는다는 점에서도 AI 워크로드를 처리하는 데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더욱이 마이크로소프트, AWS, 구글과 협력해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공급함으로써, 자사뿐 아니라 파트너들의 성장도 함께 견인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했다.

분기별 분기 실적을 넘어선 대담한 미래 전망, AI 클라우드를 둘러싼 전략적 제휴, 그리고 시장의 확고한 신뢰까지. 오라클은 단순한 클라우드 기업을 넘어, 차세대 AI 인프라 기업으로의 전환을 착실히 실현 중이다. 3분기 실적 가이던스 또한 주당 1.61~1.65달러, 매출 성장률 14~16%를 예상하며 긍정적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