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암(Arm)이 모바일 기기용으로 최적화된 고성능 AI 칩 설계 제품군 '루멕스(Lumex)'를 공개했다. 해당 제품군은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그리고 각각의 컴포넌트를 단일 시스템온칩(SoC) 형태로 연결할 수 있는 인터커넥트 모듈까지 포함하며,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을 주 대상으로 한다.
암의 루멕스 칩 중 가장 주목받는 요소는 AI 연산에 최적화된 컴퓨팅 명령어 집합 ‘SME2’가 적용된 네 가지 CPU 코어다. 특히 SME2는 뉴럴 네트워크 모델을 효율적으로 압축하고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된 512비트 레지스터를 포함하고 있어, 모바일 환경에서의 배터리 효율과 성능을 동시에 잡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데이터 처리량을 줄여 속도를 높이는 '프레디케이트-애즈-카운터(predicate-as-counter)' 기능도 성능 향상에 기여한다.
CPU 코어 중 최고 사양은 'C1-울트라'로, 이전 세대 대비 단일 스레드 성능이 25% 향상됐다. 이는 생성형 AI 및 콘텐츠 생성과 같은 고부하 작업에 적합하다. 반면, 'C1-프리미엄'은 음성 비서와 같은 단순 AI 작업에 최적화돼 있으며, C1-울트라보다 칩 면적이 26% 작다. 이 외에도 지속적인 성능을 중시하는 'C1-프로'와 웨어러블 기기를 겨냥한 'C1-나노'가 포함돼 있어 상황에 맞는 설계 조합이 가능하다.
GPU 부문에서는 새로운 '말리 G1' 시리즈가 함께 발표됐다. 최고 성능 모델 'G1-울트라'는 이전 세대보다 추론 작업 속도가 20% 빨라졌으며, 최신 광선 추적 엔진을 탑재해 빛과 그림자, 반사 표현이 두 배 향상됐다. 이 칩은 10개의 셰이더를 탑재하며, 하위 모델들도 최대 9개의 셰이더를 갖춘 다양한 구성이 가능하다.
CPU와 GPU 간의 연결을 담당하는 새로운 인터커넥트 모듈 ‘S1 L1’도 주목할 만하다. 해당 모듈은 기존보다 정적 지연 시간을 75% 줄여 칩 간 통신 효율을 크게 개선시켰다. 암은 이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프로세서 설계들이 3나노미터 공정으로 생산 가능하며, 루멕스 기반 스마트폰이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출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암 CPU 제품 관리 수석 디렉터인 슈테판 로징거(Stefan Rosinger)는 블로그에서 “SME2가 적용된 C1 클러스터는 음성 인식, 생성형 AI, 머신러닝, 컴퓨터 비전 등 다양한 워크로드에서 기존 세대 대비 최대 5배 빠른 AI 처리 성능과 3배 높은 효율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번 루멕스 칩 발표는 애플(APPL), 퀄컴(QCOM), 미디어텍 등 모바일 칩 시장의 주요 강자들 사이에서 암이 자체 설계 역량을 강화하고 AI 퍼포먼스를 전면에 내세우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AI 연산이 스마트폰에서 점차 중요한 기능으로 자리잡는 흐름 속에서, 암은 루멕스를 통해 단순한 설계 공급을 넘어 완성도 높은 AI 처리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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