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AI 수혜로 주가 36% 폭등…엘리슨, 일론 머스크 제치고 세계 1위 부자 등극

| 연합뉴스

인공지능 기술 확산으로 인해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의 주가가 하루 만에 33년 만의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이와 함께 창업자인 래리 엘리슨 회장은 일론 머스크를 제치고 일시적으로 세계 최고 부자에 오르기도 했다.

오라클은 최근 자사의 클라우드 인프라 사업에서 기록적인 수주 실적을 발표하면서 투자자들의 기대를 한껏 끌어올렸다. 특히 클라우드 인프라 부문의 ‘잔여 이행 의무’(남은 계약 물량)가 전년 동기 대비 359% 늘어난 4천550억 달러(약 632조 원)에 달한다고 밝히면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에 따라 9월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오라클 주가는 전날보다 35.95% 급등한 323.33달러에 마감됐다. 장중에는 43%까지 폭등하며 사상 최고가인 345.72달러를 기록했다.

이번 주가 급등으로 오라클의 시가총액은 단 하루 만에 2천440억 달러(약 339조 원) 증가해 총 9천222억 달러에 도달했고, 장중 기준으로는 9천690억 달러에 이르렀다. 이는 1977년 창립 이후 1992년 이래 33년 만에 최대 일일 상승률이다. 시장에서는 인공지능 기반 기술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핵심 인프라인 클라우드 분야에서 오라클의 경쟁력이 재조명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라클의 가치를 끌어올린 주역인 래리 엘리슨 회장의 개인 자산도 크게 뛰어올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으로 그의 순자산은 3천930억 달러(약 546조 원)로 증가해 3천850억 달러로 집계된 일론 머스크를 제치고 일시적으로 세계 1위 부자에 올랐다. 다만 포브스는 머스크의 자산을 더 높게 평가해 여전히 1위로 분류했다. 엘리슨이 이날 하루 동안 늘린 자산 규모만 1천억 달러(약 139조 원)에 달할 정도로 시장 반응은 전례 없이 컸다.

시장조사업체와 투자은행들도 이번 실적을 두고 긍정적인 분석을 내놨다. 도이체방크는 오라클이 인공지능 인프라 부문에서 주도적 위치를 확보했으며, 실적 또한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오라클의 목표 주가를 기존 240달러에서 335달러로 크게 상향 조정하며,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오라클이 AI 인프라 시장의 급팽창 속에서 실질적인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오라클의 호재는 반도체 시장 전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특히 고성능 컴퓨팅과 대형 데이터센터 수요가 늘면서 관련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도 상승세를 탔다.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엔비디아는 이날 3.85% 상승했고, 브로드컴은 9.77%, TSMC는 3.79% 올랐다. 이 외에도 AMD, 퀄컴 등 주요 반도체주가 오름세를 보이며, 반도체 종합지수인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2.39% 뛰어올랐다.

이 같은 흐름은 인공지능 서비스 확산과 더불어 데이터 컴퓨팅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앞으로도 오라클처럼 AI 기반 인프라에 강점을 가진 기업들이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크며, 이에 발맞춰 반도체 및 클라우드 산업 전반의 성장세도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