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 40조 원 인수로 AI 플랫폼 전환 가속…스플렁크와 ‘데이터 통합’ 정조준

| 김민준 기자

시스코(CSCO)가 지난해 280억 달러(약 40조 3,200억 원)에 스플렁크를 인수한 이후, 양사의 기술 통합이 본격화되면서 인공지능 중심 플랫폼 확장에 속도가 붙고 있다. 머신 데이터 분석에 강점을 지닌 스플렁크의 역량이 시스코의 네트워크 인프라와 맞물리면서, 양사가 ‘AI 중심의 차세대 플랫폼' 구축을 위한 시너지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스플렁크 플랫폼 수석부사장인 망게시 핌팔카레는 최근 .conf25 행사에서 “기존 전략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라, 그 전략을 한층 확장시킨 것”이라며 “시스코의 네트워크 기술을 기반으로 AI 서비스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스코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이번 인수는 단순한 기술 통합을 넘어, AI 기반 분석과 보안 자동화 등 미래 지향적 비즈니스로의 방향 전환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사는 통합 이후 개발 조직을 재편하고, AI 협업 플랫폼 ‘AI 캔버스’와 핵심 커널 보안 기술 ‘이소밸런트’ 등 주요 프로젝트에 공동 대응하고 있다. 핌팔카레는 “애플의 생태계처럼 스플렁크 역시 시스코의 네트워크, 반도체, 소프트웨어 등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플랫폼 효과’를 실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단일 기술 도입보다 더 큰 확장성과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이 추진 중이다.

판매 전략 측면에서는, 기존 스플렁크 영업 조직을 그대로 유지하며 시스코의 인프라 영업과 긴밀히 협력 중이다. 이는 고객들의 기술 신뢰도를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시스코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연계된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

관건은 여전히 기업 IT 환경에서 주요 골칫거리로 꼽히는 데이터 사일로 문제 해결이다. 핌팔카레는 “보안팀은 보안 이슈만, 사이트 안정성 엔지니어는 가동 시간만 본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보안 이벤트가 사이트 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이를 AI 중심의 분산 분석 기능으로 연결 중임을 밝혔다.

한편, 머신 데이터를 사업 인사이트와 연결하는 시도도 본격화되고 있다. 예컨대 스플렁크는 한 유통업체가 웹사이트 지연으로 충성 고객이 피해를 입었는지를 분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능을 준비 중이다. 또한, 최근 공개된 ‘스플렁크 페더레이티드 서치 포 스노우플레이크’는 스플렁크 내에서 외부 비즈니스 데이터와 운영 로그 데이터를 직접 통합 분석할 수 있도록 하며 이러한 방향성을 구체화하고 있다.

AI 기반 서비스의 핵심 인프라로는 스플렁크의 ‘머신 데이터 레이크’가 중심에 있다. 이는 모델 훈련과 분석을 위한 저장소 역할을 하며, 향후 알파 테스트를 통해 자체 AI 모델의 온보딩, 모니터링, 자가 수정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핌팔카레는 “대형 언어모델이 접근할 수 없는 방화벽 내부의 머신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있어 스플렁크의 기술은 고유한 강점을 지닌다”며 “기업 고객이 그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모델을 훈련할 수 있는 툴킷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플렁크가 시스코 인수를 통해 단순한 로그 분석 도구를 넘어, 종합 AI 기반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는 방증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는 AI 전환기를 맞은 글로벌 IT 시장에서 시스코가 존재감을 되찾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