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세계 최초 'HBM4' 양산 돌입… AI 메모리 주도권 선점

| 연합뉴스

SK하이닉스가 차세대 인공지능(AI)용 메모리인 고대역폭 메모리(HBM)4의 개발을 마치고 세계 최초로 양산 체제를 갖추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 내 주도권 경쟁에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

HBM은 기존 컴퓨터 메모리보다 훨씬 빠른 데이터 처리 능력을 제공하는 고성능 제품이다. 기존 D램을 수직으로 여러 층 쌓아올린 구조 덕분에 동일한 시간 안에 더 많은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어, AI 연산을 위한 고성능 반도체 칩에는 필수적으로 탑재된다. 특히 최근 챗GPT 같은 생성형 AI 서비스 관련 수요가 늘면서, 고성능 메모리 확보는 기술 기업들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이번에 SK하이닉스가 공개한 HBM4는 기존 세대인 HBM3E보다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 데이터 전송 통로(I/O)가 기존보다 두 배 늘어난 2천48개로 확대되면서 대역폭도 두 배 빨라졌고, 전력 효율은 40% 이상 개선됐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이를 실제 시스템에 도입하면 AI 서비스 성능이 최대 69%까지 향상될 수 있다. 이는 기존 메모리 환경에서 발생하던 데이터 병목 현상을 해소하면서,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비용 부담도 줄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적인 진보 외에도, SK하이닉스는 안정성과 생산 효율성을 동시에 높이기 위해 고유의 MR-MUF 공정과 최신 5세대 10나노급 D램 기술을 적용했다. MR-MUF는 칩을 층층이 쌓는 과정에서 칩 사이 회로를 액상 보호재로 감싸는 방식으로, 열 방출 성능이 뛰어나고 제조 공정도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통해 양산 과정의 리스크도 줄이면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 역시 1c D램 공정을 기반으로 한 HBM4 개발을 마치고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 중이다. 삼성은 자사의 제품이 최대 11Gbps에 달하는 속도를 낼 수 있으며, 이는 국제표준기구인 JEDEC이 제시한 8Gbps 속도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한때 기술 주도권 경쟁에서 SK하이닉스에게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았던 삼성이지만, 이번 제품을 통해 반격을 시도하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모두 HBM4 양산 체제를 갖춘 것으로 보고 있으며, 향후 시장 판도는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엔비디아 등의 품질 평가 결과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AI 연산 성능 요구가 더 높아질수록, 메모리 기술력이 반도체 업체의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부각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