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 스플렁크 통합 가속… AI 보안·데이터플랫폼 혁신 본격화

| 김민준 기자

시스코(CSCO)가 지난해 약 28조 원을 들여 인수한 스플렁크(SPLK)의 사용자 행사 ‘.conf25’에서 양사의 통합 진척 상황이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단순한 매출 증가를 넘어, AI 인프라 시대 속 플랫폼 전환 가속화라는 시스코의 장기 전략이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른 모양새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주목받은 발표는 시스코 데이터 패브릭(Cisco Data Fabric)이었다. 스플렁크 엔터프라이즈와 클라우드 플랫폼을 기반으로 설계된 이 아키텍처는 기계 데이터의 수집, 통합, 분석 과정을 간소화해 기업의 운영 탄력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생성되는 데이터의 55% 이상이 기계 데이터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에 실질적인 경쟁력을 제공할 전략으로 평가된다. 특히 엣지-클라우드-하이브리드 환경 간 데이터 연계를 강조하며, 향후 머신러닝 기반 이상 탐지 및 예측 기능도 순차 출시될 예정이다.

또한 시스코는 AI 기반 보안 역량 강화에도 박차를 가했다. AI 트리아지(triage) 에이전트를 포함한 다양한 자동화 툴은 보안 경보 조사 절차를 대폭 단축하고, 스냅어택(SnapAttack) 인수로 탐지 능력을 강화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 이번에 공개된 ‘스플렁크 엔터프라이즈 시큐리티 에센셜’ 및 ‘프리미어’ 에디션은 AI 중심 보안 운영의 청사진을 제시하며, 향후 자연어 기반 플레이북 작성과 악성코드 분해 기능 등 고도화된 기능도 추가될 계획이다.

관심을 끈 또 다른 솔루션은 AI 캔버스(AI Canvas)다. 스플렁크 클라우드 플랫폼과 결합돼 보안 및 IT 운영 팀의 협업 환경을 제공하며, 여러 도구를 하나의 인터페이스로 연결해 사고 대응을 가속화하는 기능을 갖췄다. ‘가상 워룸’으로 기능하는 이 플랫폼은 2026년 정식 서비스가 예정돼 있다. 시스코는 사용자가 기존 도구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필요 시 AI 캔버스로 전환하도록 설계해, 도입 저항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관측 가능성(Observability) 부문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스플렁크는 하이브리드 애플리케이션 모니터링과 사용자 여정 분석을 도입하며, AI 시스템 감시 기능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오픈텔레메트리 기반의 신형 에이전트를 통해 앱다이나믹스(AppDynamics)와 스플렁크 오브저버빌리티 클라우드 중 어느 쪽에서든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유연성을 인정받았다. 나아가 시스코는 써우전드아이즈(ThousandEyes)까지 통합해 네트워크, 애플리케이션, 사용자 경험을 아우르는 관측 체계를 완성해나가고 있다.

이번 .conf25를 통해 드러난 핵심 메시지는 분명하다. 스플렁크의 고유한 생태계를 유지하면서도 시스코의 자산을 활용해 기능을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시스코가 조직 전체를 일방적으로 통합하기보다 실용적이고 점진적인 접근을 유지하고 있는 점에서 고객 신뢰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통합 초기에는 단순한 매출 시너지를 노리는 움직임으로 평가되기도 했지만, 이번 공개된 기술 진화 경로를 통해 시스코의 플랫폼 중심 전략이 AI 시대에 어떻게 구체화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양사가 공동 개발한 제품군이 본격적으로 출시되고 있는 만큼, 오는 11월 열릴 ‘시스코 파트너 서밋’에서도 통합의 다음 단계가 공개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