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스트라이크(CRWD)가 지난해 7월 대규모 장애 사태 이후에도 지속 가능한 성장 궤도에 복귀하며 시장의 기대를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당시 글로벌 고객 96% 이상이 영향을 받았을 정도로 여진이 컸지만,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위기를 플랫폼 확장의 기회로 전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Falcon Flex 라이선스 모델의 확산이다. 이 유연한 계약 구조는 복수의 보안 모듈을 단계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장애 초기엔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해 과감한 할인을 제공했지만, 이후 Flex 채택률은 오히려 증가하며 순연간반복매출(Net New ARR) 성장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았다. 이에 따라 고객 이탈률은 다시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상당수 고객은 Flex를 통해 더 많은 모듈에 추가 가입했다.
또한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단일 제품 기업에서 통합 보안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공개된 데이터에 따르면 SIEM, 아이덴티티, 클라우드 모듈에서만 연간 반복 매출(ARR)이 약 15억 6,000만 달러(약 2조 2,500억 원)를 기록하며 전체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차세대 SIEM은 전년 대비 95% 성장세를 보여 미래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여전히 보안 시장 내 프리미엄 평가를 받고 있다. 경쟁사인 팔로알토네트웍스(PANW), 지스케일러(ZS)와 비교해도 주가매출비율(PSR)이 높다는 점에서 시장은 이들이 보유한 기술력과 플랫폼 확장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고성장 SaaS 기업은 PSR 10~15배 수준에서 거래되지만, 이들 상위 3개 기업은 이보다 높은 배수를 유지 중이다.
작년 중단사태의 충격은 여전히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남아 있다. 당시 ETR이 진행한 조사에서는 전체 고객의 44%가 향후 교체를 고려하겠다고 응답했으나, 올해 4월 추적 조사에서는 교체를 확정한 고객 비율이 10%로 낮아졌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MSFT), 센티넬원(S) 등 주요 대안 제품군과 비교했을 때 플랫폼 전이의 난이도와 비용 부담이 높다는 점은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고객 유지력에서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보안 에이전트(Falcon)가 고객 인프라 전반에 깊숙이 내장된 구조라는 점이다. 이를 제거하고 다른 솔루션으로 전환할 경우, 수만 개 단말에서의 프로세스와 규정 준수 체계를 전면 수정해야 한다. 결국 기업 입장에선 총 보안 비용과 전환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셈이다.
오는 2025년 Fal.Con 콘퍼런스에서는 Flex 비즈니스 모델이 표준 계약 구조로 정착했는지를 비롯해 FY27까지 ARR 가이던스, 보안운영센터(SOC)를 위한 신규 제품 업데이트, AI 기반 위협탐지 고도화 여부가 주요 관전 포인트로 떠오를 전망이다. 아울러 파트너십 확대 및 생태계 전략도 주목할 만한 이슈다.
종합하면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단순한 AI 보안 솔루션 공급업체를 넘어서 AI 기반의 통합 보안 플랫폼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핵심은 플랫폼의 확장성과 고객 잔존율, 그리고 장애 이후 위기를 기회로 바꾼 실행력이다. 주요 경쟁자들과 비교해도 기술력, 고객 충성도, 제품 확장성 면에서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여전히 돋보이는 위치에 있다. 다만, 향후 주가 프리미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기 실적과 함께 플랫폼 전략의 정교한 실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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