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공동 연구진이 수소연료전지에서 촉매 성능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저하되는 원인을 원자 단위에서 처음으로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연료전지의 내구성을 높이기 위한 소재 개발에 새로운 실마리가 제공될 전망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양용수·조은애 교수와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로 구성된 국제 공동 연구팀은 2025년 9월 14일, 수소연료전지의 촉매가 작동을 반복하면서 성능이 어떻게 저하되는지를 3차원 원자 이미지로 촬영해 분석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촉매 내부의 원자 하나하나가 수천 번의 작동 사이클 동안 어떻게 이동하고 어떤 형태로 구성 변화가 일어나는지 정밀하게 추적했다.
이번 성과의 핵심은 원자 수준에서의 촉매 열화 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전자현미경을 다각도에서 촬영하는 방식과 인공지능 신경망을 결합한 '원자 전자 단층촬영 기법'을 새롭게 고안했다. 이는 의료용 CT 스캔과 유사한 방식으로, 내부 구조를 고해상도로 재구성해 촉매 물질의 미세한 변화를 포착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수소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의 화학 반응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수소차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핵심 기술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이 장치의 핵심 구성 요소인 백금 기반 촉매는 사용 중 화학적·물리적 스트레스에 의해 성능이 점차 저하되는 열화(degradation) 현상이 발생하며, 이로 인해 상용화 확대에 제약이 있어왔다. 특히 백금-니켈 합금 촉매는 초기 효율은 높지만 사용 중 니켈이 빠져나가 구조가 변형되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에서는 이러한 열화 과정을 직접 시각화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촉매에 갈륨을 소량 첨가하면 구조 안정성이 유지되고 성능 저하가 거의 없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는 향후 촉매 소재 설계와 연료전지 수명 향상 기술 개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결과다. 양용수 교수는 이번 연구가 기존 이론이나 시뮬레이션 한계를 넘어 실제 관측으로 연료전지 열화를 분석한 첫 사례라며, 이 기술이 배터리나 메모리 소재 연구에도 폭넓게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2025년 8월 28일자에 게재됐다. 이러한 원자 단위 분석 기술은 앞으로 고성능 에너지 소재 개발뿐 아니라 다양한 나노소재 신뢰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