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기연구원, 반도체 공정용 차세대 펄스 전원 기술 개발…정밀도 78%↑

| 연합뉴스

한국전기연구원이 반도체 제조 공정의 정밀도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전원 장치 기술을 개발하면서, 반도체 산업의 기술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연구진은 이 기술이 다양한 산업 분야로의 확장 가능성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전기연구원(KERI)은 9월 15일 발표를 통해, 전기물리연구센터 장성록 박사팀이 ‘바이어스용 맞춤형 펄스 전원 기술’을 새롭게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바이어스 전압을 안정적이고 정밀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기존 고주파 전원 방식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주목된다.

현재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는 플라스마를 이용한 식각, 세정, 증착 등 과정을 수행할 때 바이어스 장치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이어스 전압은 플라스마 내 이온이 웨이퍼에 충돌하도록 유도하는 힘으로, 식각 깊이나 면의 균일도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기존에는 고주파 전원을 사용해 전압을 걸었지만, 이러한 방식은 파형이 단순해 정밀 공정에 제약이 많았다.

연구팀은 펄스 전원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전압 형태를 맞춤식으로 구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특히 ‘경사형’과 ‘계단형’ 전압 방식을 채택해, 다양한 공정 속성과 구조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펄스 전원 기술은 에너지를 낮은 전력으로 충전한 뒤, 짧은 순간에 고전력으로 방전해 원하는 형태로 정밀하게 공정을 제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펄스를 내보낼 때 발생하는 손실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 ‘소프트 스위칭’ 기술도 도입됐다. 이는 전류나 전압이 거의 0에 가까운 지점에서 스위칭이 이뤄지도록 해 소자에 가해지는 물리적 스트레스를 줄이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전력 손실은 78% 이상 줄었으며, 결과적으로 발열 현상도 개선돼 전원장치 크기 축소, 전력 효율 향상, 수명 연장에 효과가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번 기술은 반도체 산업을 비롯해, 의료, 국방, 친환경 에너지 등 펄스 전원이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범용성을 갖췄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은 앞으로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과 공동연구를 추진해 식각 및 세정 장비에 실제 기술을 적용하고, 상용화를 본격적으로 모색할 계획이다.

이 같은 신기술의 등장은 반도체 공정의 정밀도 향상은 물론, 전자기기를 더 작고 빠르게 만드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나아가 국내 반도체 장비 기술의 자립화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