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發 로봇 스타트업 붐…대전이 '코리아 로봇밸리' 된다

| 연합뉴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출신 교수들과 졸업생들이 잇따라 로봇 벤처 창업에 나서면서, 대전 본원이 ‘로봇기업 집적지’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투자 유치와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기술 상용화에 속도를 내며, 국내 로봇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KAIST의 로봇 창업 붐은 지난 2011년 시작된 휴머노이드 로봇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설립 이후 본격화됐다. 기계공학과 오준호 교수가 창업한 이 기업은 2021년 코스닥에 상장하며 로봇 벤처 성공 사례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자동 재활·의료 로봇 개발을 주력으로 하는 엔젤로보틱스도 같은 과 공경철 교수의 주도로 창업돼, 2023년 상장에 성공하면서 로봇 기술 기반 창업 모델이 확산됐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더 가속화되고 있다. 2021년부터는 협동로봇, 사족보행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 창업이 연이어 이뤄졌으며, 2023년 이후에는 라이온로보틱스(황보제민 기계공학과 교수), 트라이앵글로보틱스(최진혁 전산학부 박사과정), 유로보틱스(유병호 전기및전자공학부 박사 출신), 디든로보틱스(김준하 기계공학과 박사 출신) 등 신생 로봇 스타트업이 등장해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사족보행 기술과 자율주행 로봇, 산업 현장용 보행 로봇 등 실용성 높은 기술을 앞세워 국내외 시장 진입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창업 초기부터 각종 투자 자금을 유치하고 있다. 사족보행 로봇을 주력으로 하는 라이온로보틱스는 컴퍼니케이파트너스, SBVA, IBK기업은행 등으로부터 총 230억 원의 시리즈A 투자를 확보했다. 유로보틱스는 자율보행 기술을 바탕으로 35억 원의 시드 투자와 함께 중소벤처기업부의 ‘딥테크 팁스’ 프로그램에 선정돼 추가로 15억 원의 국비를 지원받았다. 디든로보틱스 또한 산업용 로봇으로서 상용화 가능성을 인정받아 70억 원 규모의 프리-A 투자를 유치했으며, 주요 조선업체들과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KAIST 역시 이 같은 창업 생태계 조성을 더욱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정부의 ‘2025년 딥테크 스케일업 밸리 육성사업’에 선정되면서, 국비 105억 원을 확보해 대전을 중심으로 이른바 ‘로봇 밸리’ 조성을 추진 중이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기존 창업기업들이 보유한 핵심 기술을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으로 공유하고, 스타트업들이 이를 활용해 수요 맞춤형 로봇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사업 참여 기업으로는 엔젤로보틱스와 유로보틱스가 포함돼 있으며, KAIST 창업원 주도로 기업 간 기술 교류가 강화될 전망이다.

이 같은 흐름은 로봇 기술의 연구 성과가 실제 산업화로 이어진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대학과 스타트업, 정부 지원이 삼각 구도를 이루면서 대전 지역이 첨단 로봇 창업 클러스터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향후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한국 로봇기업이 다수 등장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