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뇌 전극 수명 3배↑ 혁신 기술 개발… 염증 반응 60% 감소

| 연합뉴스

뇌의 전기 신호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전극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기존보다 수명이 3배 길어진 나노 코팅 덕분에 장기 연구나 치료에 필요한 뇌 삽입형 전극의 한계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9월 16일, 소속 성혜정 선임연구원 연구팀이 서울대 박성준 교수팀과 협력해 뇌에 삽입하는 전극의 수명을 기존 1개월에서 3개월로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전극 표면에 특수 기능을 가진 100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 두께의 코팅을 적용해 각종 오염과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존의 삽입형 뇌 전극은 뇌 조직과의 접촉 부위에서 단백질과 면역세포가 부착되면서 염증과 흉터가 생기는 문제가 있었다. 이런 생체 반응은 전극 신호를 왜곡시키며, 장기적인 관찰과 치료 적용에 큰 제약이 됐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딱딱한 실리콘 대신 잘 휘어지는 플라스틱 소재인 폴리카보네이트를 전극 재료로 사용하고, 물과 접촉하면 부풀어 오르는 특수 코팅을 적용해 이러한 부작용을 크게 줄였다.

이 코팅은 뇌척수액과 반응하여 부피가 커지면서 단백질과 세포가 전극에 달라붙는 것을 막는 구조다. 이를 통해 면역 반응을 최소화하고, 염증과 섬유화(흉터 형성)를 억제한다.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이러한 효과는 입증됐다. 새 전극은 기존 제품보다 염증 반응을 60% 이상 줄였고, 신경세포 생존율은 85%나 높은 수치를 보였다.

또한 시간 경과에 따라 뇌 신호의 선명도를 나타내는 신호 대 잡음비(SNR)가 오히려 개선되는 결과도 확인됐다. 기존 전극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신호 품질이 떨어졌지만, 이번 신기술은 오히려 장기간 동안 더 안정적인 측정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를 비롯해 심장 스텐트, 인공관절 같은 이식형 의료기기에도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성혜정 선임연구원은 “이번 기술을 통해 기존 전극이 지닌 수명 한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했다”며, “보다 안정적인 신경 신호 확보가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이 같은 기술 발전은 장기적인 신경질환 연구는 물론, 실시간 뇌기능 모니터링을 기반으로 하는 미래형 의료 솔루션 개발에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다. 향후 관련 소재와 응용기술의 진전 여부가 의료기기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관심을 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