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과 우주 시뮬레이션 분야에서 계산 정확도와 처리 속도 사이의 오랜 딜레마가 완화될 가능성이 열렸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과 서울대학교 연구팀은 천체의 중력을 보다 빠르게 계산할 수 있는 새로운 알고리즘을 개발했다고 9월 17일 밝혔다.
공동 연구를 이끈 서울대 김웅태 교수와 KISTI 김용휘 선임연구원은 구면좌표계(지구처럼 둥근 천체에 위치를 반지름과 각도로 표현하는 좌표 체계)에서 자체 중력을 계산할 때 발생하는 정확도와 처리 시간 간의 상충 관계를 기술적으로 완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기술은 천문 시뮬레이션의 핵심 연산인 중력 계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 향후 우주 연구 전반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의 중력 계산 방식은 대상 범위가 넓을 경우 전체 영역을 순차적으로 계산해야 하므로 많은 시간과 연산 자원이 필요했다. 하나의 방향이나 일부 영역은 빠르게 계산할 수 있었지만 다양한 방향과 전체 공간을 동시에 고려하기에는 비효율이 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영역을 잘게 나눠 계산한 후 다시 통합하는 분할정복 방식과, 이전 계산 결과를 재사용해 중복 연산을 줄이는 방법을 결합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기존 방법 대비 10배 이상 빠른 속도로 중력 계산을 수행하면서도 오차를 0.1% 미만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단순한 속도 상승이 아니라, 천체의 미세한 중력 변화까지도 정밀하게 반영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기술 진보의 의미가 크다. 이 알고리즘은 내년 도입 예정인 국가 슈퍼컴퓨터 6호기에도 바로 적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우리나라의 슈퍼컴퓨터 기반 우주 연구 역량 강화와도 직결된다. KISTI 강지훈 첨단과학컴퓨팅센터장은 새 알고리즘이 슈퍼컴퓨터 자원의 활용도를 높이는 동시에, 우주 물리 연구뿐 아니라 관련 응용 분야의 연구 기반도 넓혀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행성의 탄생 과정, 은하의 진화, 초기 우주의 구조 형성과 같은 복잡한 천체 시뮬레이션을 보다 빠른 시간 안에 정밀하게 구현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슈퍼컴퓨터 기술과 알고리즘의 동반 발전은 천문학 데이터 해석과 우주 형상 규명의 속도를 한층 끌어올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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