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술로 개발된 발사체 ‘누리호’가 올해 11월 예정된 네 번째 발사를 앞두고 최종 점검에 돌입하면서, 첫 민간 주도 제작이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이번 발사는 항공우주산업의 민간 이전을 본격화하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이번 4차 발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처음으로 누리호의 조립과 제작 전 과정을 주도한 첫 사례다. 그동안 정부 출연연구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주도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 체계종합기업이 중심이 되는 구조로 전환된 것이다. 이는 향후 고체연료 우주발사체 등 차세대 발사체 개발의 핵심 도전에 필요한 기반을 민간 주도로 점차 옮겨가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발사를 앞두고 누리호 비행모델(FM4)은 9월 16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습식 드레스 리허설(WDR)’이라는 최종 시험에 들어갔다. WDR은 실제 발사 환경과 동일하게 추진제인 극저온 산화제를 주입해 발사체와 지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절차다. 통상 발사 여부에 큰 문제가 없을 경우 이 시험은 생략되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제작 체계가 민간 주도로 처음 바뀐 만큼 점검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현재 일정에 따르면 누리호는 WDR 이후 분해와 위성 탑재 등 추가 조립을 진행하고, 오는 9월 25일 기술 평가를 통해 최종 점검 결과를 분석한 뒤 26일 발사관리위원회에서 발사일이 확정된다. 실제 발사는 11월 말 새벽 1시경으로 예정돼 있으며, 이는 누리호 첫 야간 발사가 된다. 특히 이번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차세대중형위성 3호를 비롯해 국내 대학·연구기관이 개발한 큐브위성 12기도 함께 실리는 등 주탑재체 무게가 1,000킬로그램을 넘는 첫 중형위성 발사 시도가 이뤄진다.
한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조립에 참여하게 되면서 기존의 공공기관 중심에서 민간 제조업체 주도의 체제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기술이전과 관련해 초기에는 항우연과 한화 간 마찰도 있었지만, 지난 7월 최종 기술이전 합의를 도출하며 협업 체계를 마련하게 됐다. 향후 6차 발사부터는 순천에 새로 마련된 한화의 조립장에서 단조립 과정을 거친 뒤, 바지선을 통해 나로우주센터로 이송해 총조립을 하게 되는 형태로 이행된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우리나라의 우주발사체 산업이 정부 주도에서 민간 중심으로 구조를 변모시켜 나가는 과도기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항공우주 민간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발판으로, 중장기적으로는 다국적 경쟁 속에서 우리 기술의 자립성과 수출 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기반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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