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인공지능 칩이 미중 간 무역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점점 더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양국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엔비디아는 기술 패권 경쟁의 한복판에 위치하게 됐다.
세계적 AI 칩 생산기업인 엔비디아는 최근 미국의 경쟁사 인텔에 약 50억 달러(한화 약 6조 9,570억 원)를 투자해 공동으로 차세대 중앙처리장치(CPU)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내 기술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되며, 정치권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국가 산업 육성을 위한 모범 사례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동시에 거대한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어 묘수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자국 기업에 엔비디아 제품의 구매를 중단하라고 지시하고, 자국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추가 조사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는 최신 아키텍처인 블랙웰을 기반으로 한 AI 칩 ‘B30A’ 개발을 통해 중국 맞춤형 신제품을 공급하려 한다. 다만, 이 제품의 중국 수출 여부는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안보 우려 등을 이유로 수출 제한 조치를 압박받고 있는 상황이다.
미 의회에서는 반중 정서를 기반으로 기술 수출을 제한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국방수권법을 개정해 미국 내 수요가 모두 충족되지 않으면 핵심 기술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경우 중국에 대한 칩 수출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H20’ 칩의 대중국 수출 재승인을 조건으로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하라는 요구를 한 바 있다.
한편, 중국은 규제를 통해 위에서는 압박하고 있지만, 동시에 화웨이 등 자국 기업들은 자체 AI 칩 개발을 통해 아래에서 엔비디아를 추격하고 있다. 화웨이는 최근 '어센드' 시리즈 후속 제품 계획을 밝히며 엔비디아를 대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미국 내 일부 분석가들은 칩 수출 통제가 오히려 중국 기업의 기술 자립을 촉진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통상전략이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러한 가운데, 9월 19일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통화는 틱톡 매각 문제뿐 아니라 첨단 기술 수출에 대한 포괄적 협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협상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엔비디아의 향후 전략에도 뚜렷한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기술 기업 하나가 글로벌 정치의 교차점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미중 갈등의 방향마저 바꿀 수 있는 셈이다.
결국 엔비디아의 행보는 현재 진행 중인 미중 기술 패권 다툼의 바로미터이자,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의 균형추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각국 정부의 규제 대응과 기업들의 기술 자립 움직임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양국 모두를 만족시키는 전략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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