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양자컴퓨팅으로 수소 촉매 돌파…신소재 개발 판도 바뀐다

| 연합뉴스

국내 연구진이 양자컴퓨팅 기술을 접목해 실험으로 검증 가능한 수소 촉매 개발에 성공하면서, 차세대 소재 개발 방식에 획기적 변화가 기대된다.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기존 컴퓨터 계산의 한계를, 고전 컴퓨터와 양자 시뮬레이터(소규모 양자컴퓨터)를 결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극복한 셈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양자시뮬레이터개발사업단은 9월 18일 개최한 설명회를 통해, 복잡한 분자 구조 계산에 특화된 ‘다층 양자 임베딩’ 기술을 통해 수소 생산용 차세대 촉매를 구현하고, 그 결과를 실험값과 일치시켜 검증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해당 사업단은 2023년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혁신도전 프로젝트 지원을 받아 국내 20개 기관, 약 280명 규모의 대형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다.

핵심 기술인 ‘다층 양자 임베딩’은 기존 컴퓨터 연산체계 내부에 양자 기술을 부분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전체 문제 중 양자컴퓨터가 강점을 보이는 범위를 선별해 맡기고, 나머지는 기존 컴퓨터로 처리하는 구조다. 이 방식은 연산 효율성과 정확도를 모두 확보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정밀한 계산이 필요한 물질 분석이나 신소재 개발에 특히 효과적이다.

실제로 사업단은 백금의 대체 소재로 주목받는 황화몰리브덴에 탄소를 도핑한 수소 촉매 구조를 분석했다. 기존 슈퍼컴퓨터로는 실험값을 재현할 수 없었던 복잡한 반응을, 광 기반과 중성원자 방식 양자 시뮬레이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컴퓨팅을 통해 정확히 모사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향후 수소 에너지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신소재 개발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셈이다.

하이브리드 컴퓨팅 시연에는 전남대의 고전 컴퓨터, 포항공대의 양자 에뮬레이터(양자컴퓨터 기능을 흉내내는 시뮬레이션 장치) 그리고 KIST의 양자 시뮬레이터가 함께 동원됐다. 이는 한 프로젝트에 전국 주요 과학 인프라가 유기적으로 작동하며 협업한 사례다. 설명회에 참석한 이진형 단장은 “현재 개발 중인 양자컴퓨터는 큐비트 수나 안정성 측면에서 아직 실용화에 이르지 못했지만, 현실적으로 활용 가능한 방식이 바로 이 하이브리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사업단은 내년부터 광학 방식 3개, 중성원자 기반 3개 등 수십 큐비트 규모의 양자 시뮬레이터를 더욱 고도화해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확대할 계획이다. 향후에는 수소 촉매뿐 아니라 수소 저장소재, 혹은 신약 개발 등 정밀도를 요하는 다양한 연구 분야에도 적용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흐름은 양자컴퓨팅 상용화 이전까지, 고전 컴퓨터의 한계를 메우며 고부가가치 소재 연구에 실제적인 해결책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양자기술이 점차 실험실을 넘어 산업현장으로 확산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