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스타트업 시장 달군 AI 로봇 열풍…피규어, 10억 달러 유치

| 김민준 기자

이번 주 미국 스타트업 투자 시장은 AI와 로보틱스 중심의 자금 유치 열기로 다시 한 번 뜨겁게 달아올랐다. 특히 인간형 로봇을 개발하는 피규어(Figure)가 시리즈 C 단계에서 무려 10억 달러(약 1조 4,400억 원)를 유치하며 최상위 투자 라운드를 차지했다. AI 기술을 사업 중심에 둔 여러 기업들이 1억 달러 이상의 초대형 자금을 끌어오며, 시장의 관심과 기대를 다시금 확인시켰다.

피규어는 캘리포니아 산호세에 본사를 둔 로보틱스 스타트업으로,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이번 자금 조달에는 파크웨이 벤처 캐피털이 주도적으로 참여했으며, 투자 이후 피규어의 기업가치는 390억 달러(약 56조 1,600억 원)로 급상승했다. AI 기반 로봇 산업이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는 신호로 분석된다.

AI 연산 인프라 기업 그록(Groq) 또한 7억 5,000만 달러(약 1조 800억 원)의 신규 자금을 유치하며 뒤를 이었다. 이 회사는 고성능 LPU(Language Processing Unit)를 자체 설계하고 있는 스타트업으로, 디스럽티브 테크놀로지 어드바이저스가 주도해 기업가치를 69억 달러(약 9조 9,000억 원)로 책정했다.

첨단 제조기술 분야에서는 디버전트 테크놀로지스가 시리즈 E 라운드를 통해 2억 9,000만 달러(약 4,200억 원)를 확보했다. 이 중 2억 5,000만 달러는 지분 투자로, 나머지 4,000만 달러는 부채로 구성됐다. 이 회사는 디지털 생산 플랫폼을 통해 차세대 제조공정을 구현하고 있으며, 기업가치는 23억 달러(약 3조 3,000억 원) 수준이다.

AI를 과학 도구로 활용하는 릴라 사이언스는 시리즈 A부터 2억 3,500만 달러(약 3,400억 원)를 조달하며 눈길을 끌었다. 이 외에도 창의적인 인공지능 기반 로보틱스 모델을 개발 중인 다이나 로보틱스, 멸종 동물 복원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 실명 위험 완화 치료제를 연구하는 올린 바이오사이언스 등도 나란히 1억 달러(약 1,440억 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며 이름을 올렸다.

특히 AI 기술 응용의 외연이 과학 연구와 의료, 환경 재복원 분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 이번 주 투자 흐름에서 또렷하게 드러났다. 재조림 및 탄소 오프셋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체스트넛 카본은 시리즈 B 단계에서 9,000만 달러(약 1,300억 원)를 추가 확보했다.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의 투자에 힘입어 총 누적 조달 금액은 4억 5,000만 달러(약 6,500억 원)를 넘어섰다.

이번 투자는 9월 13일부터 19일까지 미국 전역의 벤처 투자 발표 사례 중 크런치베이스 데이터베이스 기준으로 최대 규모의 라운드를 집계한 것이다. 집계 주 후반에 공시되는 투자건은 일부 누락될 수 있으나, 대부분의 굵직한 건은 포함돼 있다.

이처럼 AI, 로봇, 바이오, 그린테크 분야를 중심으로 벤처 캐피털의 관심이 다시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투자 흐름이 하반기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