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과학기술원이 향후 10년 간 ‘피지컬 AI’, ‘휴먼 디지털 트윈’, ‘양자 감지’ 등 세 가지 핵심 기술 분야에서 세계 상위 5위권 진입을 목표로 하는 중장기 연구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과학기술 환경에 대응해 연구 역량을 집중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이건우 총장은 지난 9월 19일 대구 달성군 현풍읍 본원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2035년까지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수준의 연구력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해당 연구 분야는 각각 인공지능의 물리적 구현을 뜻하는 ‘피지컬 AI’, 인체의 디지털 복제 모델인 ‘휴먼 디지털 트윈’, 그리고 정밀 측정을 가능케 하는 차세대 감지 기술인 ‘양자 감지’다. 이 세 분야는 최근 각국이 기술 패권을 두고 경쟁하는 대표적 차세대 과학기술 영역으로 꼽힌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은 지난해부터 교수진 중심의 미래전략분야발굴위원회를 구성해 세부 기술별 중요성과 국내외 연구 동향, 지역 산업 연계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왔다. 이를 토대로 각 분야별 전략추진단을 구축하고 정부의 대형 국책 과제를 유치하거나, 민간 협력을 통해 기술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피지컬 AI 분야에 대해서는 올해 3월 세계 최초로 '사이버-물리 AI(CPAI)'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이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의사 결정 능력과 실제 물리 환경의 센싱 및 제어 기능을 실시간으로 통합해 기존 인공지능의 오작동, 반응 지연, 편향성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의 활용 가능성이 기대된다. 이와 연계해 2030년까지 115억 원이 투입되는 ‘AI 스타 펠로우십 지원사업’도 진행 중이다.
휴먼 디지털 트윈 분야에서는 인공지능과 멀티모달 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한 노화 질환 예측 연구를 시작했다. 이는 환자의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치료법을 설계하고, 의료기기 및 신약 개발 기간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의료기관과의 협력으로 정밀의료 기술을 가속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양자 감지 분야에서는 관련 전공 신설과 함께 첨단 연구 인프라를 확충해 나가고 있다. 기본 소자 기술인 양자점 센서, 광센서 등을 확보했으며, 미국의 양자컴퓨팅 기업 ‘리게티’와도 협력해 국방, 자율주행, 의료 진단 등 다양한 실용 분야에서 양자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시험 중이다. 향후 전 세계적으로 약 14억 달러(약 1조 8천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관련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러한 기술 전략 외에도 DGIST는 의생명공학 분야 유명 석학 및 과학 커뮤니케이터를 교수진으로 영입하며 외연 확장에도 나서고 있다. 나아가 수성알파시티에 글로벌캠퍼스를 조성해 지역 인재를 육성하는 동시에 세계 교육·연구 거점을 구축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이처럼 DGIST의 전략은 단기 기술 성과에만 그치지 않고, 실제 산업현장과 사회 전반에 지속가능한 기술 가치를 확산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향후 이러한 연구 역량과 국제 협력이 본격화되면, DGIST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고등과학기술 연구기관으로서 입지를 공고히 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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