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국내 첫 '로봇 실험실' 가동…차세대 배터리 R&D 속도전 돌입

| 연합뉴스

LG화학이 대전 기술연구원 분석연구소에 국내 화학업계 최초로 로봇 자동화 실험실을 구축하며, 연구 효율성과 안전성 제고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사람이 직접 수행하던 고위험 분석 공정을 자동화함으로써, 차세대 배터리 소재 개발 경쟁에서 한발 앞서가겠다는 전략이다.

이번에 설치된 자동화 실험실은 배터리 핵심소재인 리튬과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을 분석하는 연구 현장에 적용된다. 그동안 화학 실험 현장에서는 고온 상태에서 고농도의 산을 사용하는 등 위험한 작업이 수반됐는데, 이번 자동화 시스템은 이를 로봇이 수행함으로써 연구원의 안전을 확보하고 작업의 반복 효율성을 높였다. 시료 분석 과정에서는 담당자가 시료를 보관함에 넣으면 로봇이 이를 꺼내 전처리, 분석, 폐기까지 전 과정을 처리하고, 데이터는 자동으로 시스템에 입력된다.

특히 로봇 자동화의 도입으로 실험은 24시간 365일 중단 없이 이뤄질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연구원들이 근무 시간에 맞춰 실험 준비와 진행에 직접 참여해야 했지만, 자동화된 시스템은 시간 제약 없이 분석이 가능하다. 이는 고객사의 요청에 대한 응답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소재 개발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LG화학은 이번 대전 시설을 시작으로 서울 마곡 R&D 캠퍼스에도 유사한 자동화 실험실을 구축할 예정이다. 나아가 인공지능(AI)을 결합한 이른바 ‘AX(에이아이 전환) 융합 자동화 실험실’까지 중장기적으로 개발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는 단순한 실험 자동화를 넘어, AI 분석을 통해 더 정교하고 전략적인 연구개발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LG화학 최고기술책임자인 이종구 부사장은 분석 자동화가 단순한 효율성 향상을 넘어서, 연구원들이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소재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기술 혁신을 통해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같은 실험실 자동화와 인공지능 연계 흐름은 앞으로 R&D 방식 전반의 혁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고부가가치 소재와 배터리 산업이 성장함에 따라, 연구의 정밀성과 속도 모두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