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發 메모리 대란 현실화…삼성·SK, '슈퍼사이클' 타고 상승가도

| 연합뉴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삼성전자 등 주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메모리 가격 인상에 속속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 경기의 호황기를 의미하는 '슈퍼사이클' 재현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AI용 고성능 서버 확장과 데이터센터 구축 붐은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고용량 D램 수요를 빠르게 늘리는 주요 요인이다. 특히 HBM은 일반 D램보다 칩 면적이 크고, 제조 과정에서 더 많은 웨이퍼(반도체 원판)가 필요해 생산량 확대에 제약이 따르는 구조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범용 D램의 생산 여력은 줄어드는 반면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면서, 가격 인상을 초래했다.

시장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범용 D램 제품인 DDR4 8기가비트(Gb)와 DDR5 16기가비트의 현물 평균 가격은 모두 지난 9월 22일 기준으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DDR4는 연초 대비 약 300%, DDR5는 약 48% 가격이 올랐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일부 고객사에 올 4분기 D램 가격을 최대 30%, 낸드플래시 가격을 최대 10%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미국 마이크론, 샌디스크도 잇따라 가격 인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미국의 빅테크 기업뿐 아니라, 중국의 바이두, 텐센트 등도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리면서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또한 일반 서버 시장에서도 과거 2017~2018년에 대규모로 구축된 인프라의 교체 주기가 도래함에 따라 범용 D램에 대한 주문이 본격화되고 있다.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도 AI 인프라 수요가 주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쿼드레벨셀(QLC) 기반의 기업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는 고속·대용량 데이터를 요구하는 AI 애플리케이션용으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으며, 이에 따른 가격 상승도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전망을 '시장 평균 수준'에서 '매력적'으로 상향 조정하며, 이번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2027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번 메모리 호황기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마이크론과 중국의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 일부 경쟁 업체들은 올해와 내년까지 생산 능력 확대에 제약을 받고 있는 반면, 국내 업체들은 과감한 시설 투자와 기술 선점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더욱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흐름은 향후 몇 년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수급 균형을 공급 부족 중심으로 이끌며, 가격 상승세와 기업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인공지능 관련 산업이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만큼,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다는 낙관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