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 모빌리티연구소가 자율주행과 에너지 기술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연구 성과를 공개하고, 상용화를 앞둔 신기술을 선보였다. 특히, 원격 조정 차량이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무인 주행을 완료하는 기술이 시연돼 주목을 받았다.
23일 충청남도 홍성군 홍북읍 내포지식산업센터에서 열린 이번 기술시연회는 KAIST가 그동안 축적해 온 연구성과들이 실제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상용화 단계에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행사에는 창업기업과 민간 협력 기업들이 함께 참여해 총 6개의 주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주요 공개 기술 중에는 재난 현장이나 도서 지역처럼 전기 공급이 어려운 곳에서도 자립형 전력망을 구축할 수 있는 ‘이동형 에너지 저장장치(ESS) 전력 플랫폼’이 포함됐다. 이 장치는 비상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에너지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도 응용될 수 있다.
또 다른 핵심 기술로는 도시 교통 및 재난 대응에 활용 가능한 ‘내포 디지털 트윈’이 소개됐다. 이 기술은 실제 도시 공간과 교통 상황을 3차원 가상환경에서 정밀하게 구현해,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향후 발생할 문제를 예측하거나 새로운 정책을 시뮬레이션하는 데 활용된다. 이외에도 중소기업의 물류환경에 적합한 자율주행 로봇, 실증 기반 자율주행 실험 플랫폼, 인공지능 컴퓨팅 자원 지원 시스템 등도 함께 발표됐다.
이번 시연의 하이라이트는 ‘원격주행 발레파킹 기술’이었다. 이 기술은 대전에서 KAIST 내포연구소까지 약 80km 거리를 차량이 무인 상태로 이동해 목적지에 주차까지 마치는 과정을 시연한 것이다. 차량은 사람의 직접 운전 없이 중앙 제어 시스템을 통해 주행하며, 주차장 진입부터 정밀 주차까지 모두 자동으로 이뤄졌다.
장기태 KAIST 모빌리티연구소장은 행사에서 “지방정부와 기업 등 현장과의 긴밀한 연계를 통해 미래형 모빌리티 기술을 빠르게 실용화하고, 지역 산업의 성장에도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인공지능과 이동 기술의 융합이 산업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면서, 학문적 성과를 산업에 실제 적용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 같은 기술 개발 속도와 상용화 움직임은 국내 모빌리티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나가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특히 자율주행과 원격제어 기술이 현실 세계에 적용되는 사례가 늘어날수록, 관련 법·제도 정비와 인프라 구축도 병행해 추진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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