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실적이 인공지능(AI) 수요 급증에 힘입어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클라우드 산업을 중심으로 한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가 크게 늘면서, 매출과 수익 모두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마이크론은 2025년 9월 23일(현지시간) 발표한 회계연도 4분기 실적(6∼8월)에서 매출 113억 2천만 달러, 주당 조정 순이익 3.03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금융정보업체 LSEG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인 매출 112억 2천만 달러, 주당 순이익 2.86달러를 상회한 수치다. 특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6% 급증했고, 순이익도 같은 기간 8억 8천700만 달러에서 32억 달러로 네 배 이상 증가했다.
이번 실적 호조의 핵심 배경에는 AI 열풍으로 인한 고성능 메모리 수요 확산이 자리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특히 엔비디아와 같은 주요 반도체 기업에 고대역폭 메모리를 공급하면서 성장 기반을 넓혀왔다. 고대역폭 메모리는 자연어 처리와 이미지 생성 등 AI 연산을 빠르게 처리하는 데 필수적인 부품으로, 최근 AI 알고리즘의 상용화가 빨라지면서 시장 규모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
실제 마이크론의 핵심 매출원 가운데 하나인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을 대상으로 한 메모리 판매는 크게 증가했다. 관련 매출은 1년 전보다 세 배 이상 늘어난 45억 4천만 달러에 달했고, 이는 전체 매출 상승을 견인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반면, 전통적 수요처인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오히려 22% 감소한 15억 7천만 달러로 집계돼,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흐름을 보여줬다.
향후 전망도 긍정적이다. 마이크론은 오는 2026 회계연도 1분기(9∼11월) 실적 가이던스를 매출 125억 달러로 제시하며, 이는 시장 예상치인 119억 4천만 달러를 웃돈다. 이에 대해 산제이 메흐로트라 최고경영자(CEO)는 “마이크론은 미국에 본사를 둔 유일한 메모리 제조업체로, AI 시대가 본격화되는 과정에서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마이크론의 주가는 뉴욕 증시 정규장에서 1.09% 상승 마감한 데 이어, 실적 발표 이후 시간외 거래에서도 0.8% 추가 상승하며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반영했다. 이 같은 흐름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AI 서버용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더 커질 가능성을 예고하며, 향후에는 HBM 중심의 경쟁력이 반도체 기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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