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로봇이 하루 1천 번 실험… 화학 반응 분석 패러다임이 바뀐다

| 연합뉴스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이 결합된 신개념 화학 실험 플랫폼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되면서, 화학 반응 분석 방식에 있어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 시스템은 수천 가지 반응 조건을 자동으로 실험하고, 그 결과를 정밀한 반응 네트워크 형태로 시각화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기초과학연구원(IBS) 내 인공지능 및 로봇 기반 합성 연구단이 수행했으며,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 단장이 주도했다. 연구팀은 하루 최대 1천 회에 달하는 화학 실험을 자동 수행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화학 반응이 실제로 어떤 경로를 따라 전개되는지 시각적으로 구성해냈다. 이를 통해 단순한 직선 관계가 아닌 복잡한 네트워크 형태로 반응을 이해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

기존에는 잘 알려졌던 고전적 반응조차 정해진 조건에서 정형화된 결과만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같은 재료도 온도나 농도 등 조건이 약간만 달라져도 완전히 다른 생성물이 나올 수 있음을 입증했다. 대표 사례로 150년 전부터 알려진 한츠슈 피리딘 반응을 네트워크로 재구성한 결과, 기존에 알려졌던 7가지 생성물 외에 9개의 미지의 중간체 및 새로운 화합물을 추가로 발견했다.

이 플랫폼은 신약 개발이나 신소재 발굴 같은 응용 분야에서도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연구진은 2차전지에 활용되는 프러시안 블루 유사체 756가지 조합을 합성해 최적의 촉매 조합을 도출했고, 이 과정에서 효율성이 기존보다 뛰어난 새로운 화합물 4종을 추가로 찾아냈다. 이는 고부가가치 산업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크게 높이는 결과다.

IBS 측은 이러한 실험 플랫폼이 대규모 데이터를 신속하게 수집하고 분석해 인공지능 학습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주도한 얀카이 지아 선임연구원은 새로운 분자들의 상업적·산업적 응용도 염두에 두고 있으며, 실제로 신소재 개발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흐름은 장기적으로 화학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신약 개발이나 정밀 소재 합성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반복 실험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오류 가능성을 최소화함으로써 실험 기반 과학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