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생존 위해 애플에 구애…미국 반도체 판도 흔들리나

| 연합뉴스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애플에 투자 유치를 타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글로벌 반도체 산업 재편 움직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번 협의는 초기 단계로 파악되고 있지만, 인텔의 생존 전략과 애플의 미국 내 투자 확대 기조가 맞물릴 경우 양사 간 협력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인텔의 투자 요청은 최근 글로벌 기술 대기업들과의 협력 움직임 속에서 나왔다. 지난달 인텔은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2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고, 이어 지난주에는 경쟁사인 엔비디아가 50억 달러를 투자해 PC와 데이터센터용 칩 분야에서 협력에 나섰다. 애플과의 협의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추진되고 있으며, 인텔은 애플 외에도 다수의 기업과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애플은 최근 미국 내 사업 투자 계획을 크게 확대한 상황이다. 지난 8월, 백악관에서 애플은 앞으로 4년간 미국에 6천억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하며 기존 계획이던 5천억 달러보다 확대된 규모를 제시했다. 아이폰 등 주요 제품에 들어가는 칩 대부분을 대만의 TSMC(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에 의존하고 있지만, 미국 내 생산과 협력 확대 차원에서 인텔에 대한 투자 가능성도 일부 거론된다.

그러나 실질적인 칩 생산이나 기술 파트너십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애플은 지난 5년간 자체 프로세서를 도입하며 인텔과의 기존 거래 관계를 사실상 종료한 상태다. 첨단 칩 부문에서는 여전히 TSMC와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고 있어, 다시 인텔 제품을 채택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인텔은 올해 3월 CEO에 오른 립부 탄의 지휘 아래 회복을 모색 중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반도체법에 따라 최대 89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며 인텔 지분 9.9%를 확보했다. 하지만 이런 지원에도 불구하고 기술력 차별화를 잃고, CPU 시장에서는 AMD, GPU 시장에서는 엔비디아에 밀리는 등 경쟁력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인텔의 시가총액은 약 1,480억 달러로, 엔비디아(약 4조 5천억 달러)의 30분의 1 수준이다. 위기 극복을 위해 인텔은 인력 감축과 공장 확장 계획 연기 등의 긴축 경영에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의 대규모 자금 유입과 협력 확대 기대감으로 투자자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인텔 주가는 급등세를 이어가며, 애플 협의 보도 당일에도 6% 이상 오름세를 기록했다.

이 같은 흐름은 미국 반도체 산업의 자립과 공급망 회복을 위한 정책과 시장 간 합쳐지는 지점에서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인텔과 같은 전통 강자의 반등 여부는 향후 산업 지형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