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클라우드 전쟁 위해 25조 원 회사채 발행…AI 시대 투자 가속

| 연합뉴스

미국의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이 자금 조달을 위해 180억 달러(약 25조 원) 규모의 대규모 채권을 발행했다. 클라우드 인프라 사업 확대로 막대한 투자 비용이 발생하면서, 이를 충당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번 채권 발행은 오라클이 클라우드 분야에서 공격적인 확장을 이어가는 가운데 진행됐다. 최근 오픈AI 및 메타 플랫폼스와 잇따라 대형 계약을 체결하며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나선 만큼, 선행투자 성격의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 오라클은 지난 9월 10일, 오픈AI에 향후 5년 동안 약 3천억 달러 규모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약도 맺었다. 이는 한 기업 간 계약 중에서도 이례적으로 대규모이며, 클라우드 업체간 경쟁이 얼마나 치열해졌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채권 시장에서는 이번 오라클 채권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해당 채권에 대한 수요는 880억 달러에 달했으며, 총 여섯 종의 채권이 발행됐고, 이 가운데 가장 긴 40년 만기 채권의 금리는 미국 국채 금리 대비 1.37%포인트 높은 수준으로 결정됐다. 이는 당초 논의된 금리보다 낮아진 것으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기반으로 조달 비용을 절감한 셈이다. 이번 발행 규모는 올해 미국 기업들이 발행한 투자등급 회사채 중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오라클의 클라우드 인프라 사업은 고속 성장 중이다. 최근 분기(2026회계연도 1분기, 6~8월 기준)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12% 증가한 149억 달러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클라우드 인프라 부문은 55% 늘어난 33억 5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아직 매출로 반영되지 않은 계약액(RPO)은 4천550억 달러에 이르러, 전년 대비 359% 증가했다. 새프라 캐츠 최고경영자는 향후 클라우드 인프라 매출이 연평균 가파르게 증가해 4년 내 1천440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급속한 확대 전략은 오라클의 캐시플로(현금 흐름)에 압박을 주고 있다. 오라클의 연간 현금 흐름은 1992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로 전환됐으며, 이에 따라 외부 자금 조달이 불가피했다. 특히 미국 내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등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립이 동시에 추진되는 만큼, 시설 투자에 필요한 자금 부담이 상당한 상황이다. 텍사스와 뉴멕시코, 오하이오 등 주요 지역에서 여러 개의 고성능 데이터센터가 순차적으로 가동되거나 건설 중이다.

이번 채권 발행과 경영진 교체 역시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오라클은 최근 클레이 마구어크와 마이크 시실리아를 공동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하며 클라우드 인프라 중심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클라우드 시장에서 기존의 아마존웹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한 전방위적 투자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 같은 흐름은 클라우드를 둘러싼 기술기업들 간 경쟁이 더욱 본격화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오라클이 공격적인 금융 조달을 바탕으로 인프라 확대에 박차를 가하는 만큼,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의 판도 변화 가능성도 한층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