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중 수분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기술의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수분 발전 소자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이번 개발은 기존 성능보다 약 100배 향상된 수준으로, 상용화를 위한 실질적 진전을 이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포항공과대학교(포항공대) 화학공학과 전상민 교수와 송민재 통합과정 연구원이 이끄는 연구팀은 '연쇄적 이온-레독스 증폭 메커니즘'을 구현한 새로운 수분 발전 장치를 개발했다고 9월 25일 밝혔다. 본 기술은 공기 중 습기를 활용해 안정적인 전력을 생산하는 데 초점을 맞췄으며, 그동안 병목으로 지적됐던 출력과 지속 시간 문제를 동시에 개선했다.
일반적으로 수분 발전기는 공기 중의 수분이 흡착되면 이온이 확산돼 전력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전하를 운반할 수 있는 이온이 줄고, 축적된 이온이 추가 이동을 방해해 성능이 급격히 저하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번에 개발된 소자는 음전하와 양전하를 띤 고분자층을 적층하고, 전도성 고분자 등 복합 소재를 활용함으로써 이러한 한계를 극복했다.
새로운 장치는 수분을 흡수하면 연쇄적으로 반응이 일어나는 방식으로, 제한된 수분 공급에도 꾸준한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실험 결과, 기존 기술 대비 출력이 약 100배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를 통해 소형 전자기기까지 구동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실제로 개발된 소자를 여덟 개 직렬로 연결하자 9밀리와트(㎽)의 전력이 발생해 블루투스 이어폰을 작동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태양광이나 풍력처럼 날씨에 의존하지 않고, 단지 공기만 있으면 작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 가능성이 크다. 실내외 관계없이 사용이 가능하며, 특히 사물인터넷(IoT) 센서나 웨어러블 기기처럼 저전력 장비와의 궁합이 기대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에너지 분야의 국제 학술지 ‘나노 에너지’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연구를 이끈 전상민 교수는 “공기 중 수분은 전 세계 어디서나 존재하는 사실상 무한한 자원”이라며 “친환경 자가 발전 기술이 생활 속에 적용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 마련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대체 에너지 기술의 중심축 중 하나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도심형 발전 시스템, 웨어러블 전자기기, 스마트홈 등 에너지 자립형 기술의 확대와 맞물려, 상용화를 앞둔 차세대 에너지 기술로 고도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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