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의 반도체 기업 인텔이 애플과 대만 TSMC 등 글로벌 IT 기업들에게 새로운 투자와 제조 협력을 제안하며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대형 투자 유치와 함께 주요 기업들과의 연합전선 구축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인텔은 최근 미국 정부와 글로벌 민간 자본으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확보한 상태다. 지난달 미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 지원법(Chips Act)에 따라 인텔의 보통주 9.9%를 89억 달러(약 12조5천억 원)에 매입하기로 했다. 이 중 57억 달러는 지급이 유예됐던 정부 보조금에서, 나머지 32억 달러는 국방부의 보안 반도체 프로그램을 통해 충당되었다. 이 같은 투자 유치는 인텔의 제조 역량 강화와 독립적인 반도체 생산 체계 구축을 위한 토대로 해석된다.
여기에 최근 들어 민간 부문에서도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지난달 일본 소프트뱅크가 약 20억 달러 규모로 인텔에 투자한 데 이어, 이달에는 미국의 인공지능 칩 선도 기업 엔비디아가 50억 달러(약 7조 원)를 투자해 지분 약 4%를 확보했다. 양사는 공동 칩 개발 및 기술 협력도 약속한 상태다. 특히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인텔 CPU에 엔비디아의 GPU 칩 설계를 접목할 계획이라며 “우리는 인텔의 가장 큰 고객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맞물려, 인텔은 기술적 과제를 타개하고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과거 고객사였던 애플과도 관계 회복을 모색 중이다. 애플은 자체 설계한 반도체를 맥과 아이폰에 적용하며 인텔과의 협력관계를 상당 부분 줄인 상태지만, 블룸버그와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최근 양사는 긴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다만, 이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이며 구체적인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인텔이 애플 외에도 여러 기술 기업들과 접촉하면서 광범위한 파트너십 체결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인텔이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다는 시장의 기대감을 자극한다고 짚었다. 실제로 인텔 주가는 관련 보도 이후 급등해, 최근 1년 사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동시에 인텔이 첨단 칩 제조에서 요구되는 높은 품질·성능 기준을 충족할 수 있을지, 그리고 제조 부문 분리라는 장기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반도체 공급망의 패러다임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기술력 회복과 공급 다변화를 추진하는 인텔의 전략은 미국 정부와 민간 기업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는 가운데,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의 지형을 다시 그릴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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