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철회에 '국가 R&D 100선'도 취소…과기정통부 첫 선정 번복

| 연합뉴스

정부가 매년 선정하는 ‘국가연구개발(R&D) 우수성과 100선’에서 최초로 선정이 취소되는 사례가 나왔다. 뇌 활동을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실시간 추적한다는 기술이 논문 철회로 이어지면서, 연구성과 인정도 자동 철회 수순을 밟게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3년 ‘우수성과 100선’에 포함됐던 박장연 성균관대 교수의 연구성과에 대해, 해당 논문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서 자진 철회됨에 따라 공식적으로 선정 취소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로써 2006년부터 운영된 100선 제도에서 처음으로 선정 결과가 번복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문제가 된 연구는 2022년 서울대 곽지현·이종호 교수 등과의 공동 연구로 개발된 ‘다이애나(DIANA)’ 기술이다. 이 기술은 뇌에 전극을 삽입하지 않고도 MRI 장비만으로 뇌신호 전달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외에서 큰 관심을 모은 바 있다. 그러나 기술의 재현성이 문제로 떠오르면서 연구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2023년 5월 김성기 성균관대 교수가 해당 연구 결과를 재현할 수 없다는 분석을 발표하면서 논란이 본격화됐고, 같은 해 9월에는 사이언스 측도 논문에서 주장한 실험 방법으로는 결과를 재현하기 어렵다고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 연구진은 MRI 장비 신호 잡음을 신경 활동으로 잘못 해석했을 수 있다는 내부 검토를 거쳐, 결국 자진 철회를 결정했다.

이번 사안은 연구 철회 자체보다는, 연구성과의 선정과 검증 과정에 대한 회의론도 함께 불러오고 있다. 해당 논문이 과학계에서 의문을 받은 시점은 이미 100선 선정 이전인 2023년 5월이었는데, 11월까지 선정 철회 없이 그대로 유지된 점이 절차상의 허점을 드러낸다는 지적이다. 과기정통부는 당시 기준으로 논문이 공적으로 철회되지 않았기 때문에 검토를 이어갔다고 해명했다.

비록 연구 윤리 위반이 아닌 자진 철회라는 점에서 연구자에게 직접적인 불이익은 없지만, 100선 수상으로 따라붙는 각종 가점과 포상 혜택은 자동으로 무효화된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정부의 연구성과 검증 체계 개선과 선정 기준의 실질적 강화가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R&D 사업의 평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 마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