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연구개발 첫 선정 취소…'다이애나' 논문 철회 파장

| 연합뉴스

정부가 매년 선정해 온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 제도에서, 제도 도입 20년 만에 처음으로 선정 취소 사례가 발생했다. 뇌 활동을 비침습적 방식으로 측정 가능하다고 알려졌던 해당 연구가 추가 검증 과정에서 재현성 문제로 논문이 철회되면서, 정부도 이 성과에 대한 공식 지정을 철회하기로 했다.

해당 연구는 2022년 8월, 박장연 성균관대학교 교수와 서울대학교 곽지현·이종호 교수 등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다이애나(DIANA)’ 기술로 주목을 받았다. 이 기술은 전극 없이 자기공명영상(MRI) 장비만으로 뇌의 신경 신호를 탐지할 수 있다고 소개되며 획기적인 기술로 평가받았고, 이후 2023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됐다.

하지만 2023년 5월, 김성기 성균관대학교 교수가 해당 연구 결과를 재현할 수 없다는 분석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같은 해 9월, 사이언스도 논문의 방법으로는 결과가 재현되기 어렵다는 점을 공식 지적했다. 이후 추가 실험 과정에서 연구진은 다이애나 신호가 실제 뇌 신호가 아닌 MRI 장비 자체의 신호 잡음일 가능성을 확인하고, 자진해서 논문을 철회했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해당 기술이 이미 공식 철회된 만큼, 총괄위원회를 통해 우수성과 100선 선정도 철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제도 운영 규정상 논문 철회 등이 발생할 경우 성과를 재심의해 취소할 수 있도록 사전에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제도는 범부처가 협력해 국가 연구개발(R&D) 중 탁월한 성과를 선정하고 포상·가점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사례는 논문이 공식 철회되기 전인 2023년 11월에 선정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당시 이미 논란이 제기됐던 연구가 어떻게 심사를 통과했는지를 놓고 일각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논문 철회가 공식화되기 전이었고, 당시에는 결정된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판단돼 심사가 진행됐다고 해명했다.

연구 자체에 대한 공식적인 연구부정 여부는 아직 결론나지 않은 상황이다. 성균관대학교 내부 연구윤리위원회가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이며, 정부는 그 결과에 따라 제재 여부를 추가로 검토할 예정이다. 향후 유사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검증 절차의 강화 및 공정한 심사 체계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과학기술계에서 사실 기반의 재현 가능성(reproducibility)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동시에 연구성과 선정 평가 제도의 투명성과 신뢰도 확보가 향후 국가 R&D의 질적 향상을 위해 필수 불가결한 과제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