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실에서 발생한 화재로 정부 주요 전산시스템이 일시적으로 마비된 배경에는, 클라우드 시스템의 재난 대비 체계가 미비했다는 구조적 문제가 작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 전산 데이터를 보관하고 처리하는 클라우드 환경은 ‘이중화(백업 시스템을 동일한 구조로 별도 지역에 구축)’가 핵심인데, 이번 사고의 현장인 대전 센터는 서버 재난복구 체계는 갖추고 있었으나, 클라우드 재난대응 체계는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중화가 구축되지 않으면 화재나 정전 등의 사고 발생 시 백업 클라우드가 즉각 작동하지 못해, 전체 시스템이 마비될 수 있다.
이날 문제가 발생한 곳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운영하는 ‘G-클라우드 존’으로, 정부에서 자체 구축한 프라이빗 클라우드(민간이 아닌 정부 전용 클라우드)이다. 공공기관 시스템 상당수가 이 클라우드에 연결돼 있어, 장애가 발생하면 행정 전반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번 화재로 복수의 정부 서비스가 일시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는 2022년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사고와 유사한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카카오는 데이터센터 관리도구에 대한 이중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메신저부터 금융 서비스까지 전방위 먹통 사태를 겪은 바 있다. 정부는 이후 유사 사고 방지를 위한 재난 및 백업 체계를 강조했지만, 정작 공공 인프라에선 아직 그 체계가 완성되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재난복구 시스템을 대전 외에도 대구와 광주 센터에 일부 구축해두었으나, 이 역시 보완적 기능에 머물러 있었고 클라우드 이중화는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추진이 지연되어 왔다. 클라우드 업계에서는 정부 데이터센터를 점진적으로 민간 클라우드로 이전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었지만, 보안과 안정성 등을 둘러싼 우려로 찬반이 엇갈리는 상황이었다.
향후 정부는 클라우드 기반 행정의 확대와 함께 인공지능·디지털 플랫폼 활용이 늘어날 것을 감안해, 데이터센터 이중화 및 재해복구 대응 체계를 전면적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번 화재는 단순한 물리적 손실을 넘어 국가 정보기반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음을 보여준 만큼, 중장기 인프라 개편과 체계적 관리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