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컵이 처음으로 인공지능(AI) 기술을 본격 도입하며 골프 대회의 미래를 보여줬다. 최근 뉴욕 파밍데일의 베스페이지 블랙 골프장에서 열린 이 대회는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의 기술력을 중심에 둔 첨단 인프라 덕분에 25만 명 이상이 참가한 대규모 스포츠 이벤트를 새로운 형태로 구현해냈다.
HPE는 이번 라이더컵에서 팬 경험부터 백오피스 관리, 실시간 데이터 처리까지 전 영역을 커버하는 임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를 위해 1,500에이커(약 607헥타르)에 달하는 코스 전역에 HPE 아루바 네트워킹 CX 스위치 170대, Wi-Fi 6E 액세스포인트 650대, UXI 센서 25개, 그리고 3 노드 구성의 프라이빗 5G 네트워크가 설치됐다. 이 모든 장비는 단일 플랫폼인 HPE 아루바 네트워킹 센트럴을 통해 통합 관리됐다.
라이더컵 유럽 및 DP 월드투어 CTO인 마이클 콜은 “단순한 개방된 들판을 스마트 시티 수준으로 바꾸는 것 같은 작업”이라고 설명하며, AI가 네트워크 상의 이상 징후를 자율적으로 탐지하고 해결함으로써 운영 안정성과 효율성을 비약적으로 높였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AI는 네트워크의 트래픽 변동이나 비정상 패턴을 24시간 모니터링하며, 필요 시 자동 복구 기능까지 수행했다.
프라이빗 5G도 이번 대회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이전 대회인 2023년 로마에서는 유선망이 부족해 백홀(backhaul) 용도로 5G를 활용했지만, 이번엔 광케이블을 주요 구역에 설치하고 프라이빗 5G를 Wi-Fi 보완 수단으로 배치해 관람객의 이동성과 연결성을 동시에 충족시켰다. 콜은 “5G와 Wi-Fi 중 어느 하나가 우월하다고 보기보다, 두 기술의 조화를 통한 최적 배치가 핵심”이라며 기술 간 융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AI 기반 비전 애널리틱스도 눈에 띄는 진전을 보였다. 예컨대 MD매장의 출입구 3곳과 내부에 설치된 총 26대의 카메라를 통해 관람객 흐름 분석, 대기 시간 산출, 자원 배치 최적화 같은 실시간 운영 판단이 가능해졌다. 과거에는 수작업이나 육안 감시가 전부였지만, 이젠 AI가 자동 계산하고 결과를 시각화해준다.
특히 팬 체험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AI 기반 기능은 큰 호응을 얻었다. HPE는 캡제미니(Capgemini)와 손잡고 AI 예측 엔진 ‘Outcome IQ’를 구축했으며, 이를 통해 사용자는 특정 선수의 승률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었다. 더욱 정교해진 알고리즘은 티샷 거리, 핀까지의 거리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해 상황별 변동 확률을 반영했다. 시합 종료 직후 거의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하이라이트 영상도 팬들에겐 인기가 높았다. 이를 통해 팬들은 주요 샷만 모아서 간편하게 경기를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AI 인프라의 중심에는 HPE 프라이빗 클라우드 AI가 있다. 이 시스템은 엔비디아(NVDA) 기술 기반의 연산력을 바탕으로, 티켓 스캔, 외식판매, 골프카트 GPS 및 카메라 피드 등 다양한 데이터를 통합해 세부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운영 대시보드에 제공했다. 특히 이 프라이빗 클라우드는 스포츠 이벤트에선 처음 도입된 사례로 주목받는다.
이외에도 HPE는 대회 스태프 전용 생성형 AI 기반 챗봇 ‘Ops AI Assistant’를 선보였다. 스태프가 일정이나 매뉴얼 정보를 자연어로 질의하면, AI가 문서를 검색해 답변하는 시스템으로, 현장 대응 속도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다.
다가올 2027년 아일랜드 개최 예정인 차기 라이더컵에 대해 콜은 “AI가 이제는 증상 감지 수준을 넘어, 행동까지 자동적으로 수행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며, “향후에는 선수별 개인화 콘텐츠와 상황 맞춤형 팬 경험이 보편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와 네트워크가 중심이 된 이번 라이더컵은 단지 기술을 실험한 ‘쇼케이스’가 아니었다. 복잡한 운영을 지능적으로 처리하고, 더 몰입도 높은 관람 경험을 제공하며, 스포츠 이벤트의 진화를 분명하게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HPE는 이 성공 사례를 발판으로, 향후 더 많은 대형 스포츠 및 오프라인 이벤트에서의 AI 기반 기술 상용화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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