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행정 시스템이 장시간 멈춰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가운데, 정부가 이를 계기로 국가 디지털 인프라 전반에 대한 구조 개편에 착수했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는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AI 인프라 거버넌스·혁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이번 TF는 하정우 AI미래기획 수석과 데이터센터 전문가로 알려진 정재웅 아토리서치 대표가 공동으로 이끌며, 기술혁신·인프라 분과 위원들과 함께 현행 구조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최근의 행정 시스템 중단 사태는 단순한 사고를 넘어 지금까지 정부 전산 인프라가 안고 있던 근본적인 구조적 모순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는 것은 전자정부 시스템이 행정안전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정보원 등 여러 부처에 걸쳐 분산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각 부처는 각기 다른 시스템을 관리하고 규제하는 과정에서 정책 간 충돌과 비효율을 초래해왔다. 예컨대 행안부는 국정자원을 중심으로 정부 주도 센터(PPP)를 운영하고, 과기정통부는 클라우드 보안 인증(CSAP), 국정원은 국가망 보안체계(N2SF)를 각각 담당하는 식으로 기능이 나뉘어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분산 관리 체계가 민간 기업의 참여 기회를 제한하는 동시에, 기존 시스템 유지에만 매몰되어 구조적인 개선이 어려운 현실을 고착화해왔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안전성 확보보다 형식적인 인증이나 규제에 집중하는 구조는 오히려 사고 위험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비상대책회의에서 관련 지시를 내리며 “지금이라도 이중 운영 체계(백업 시스템)가 필요하며, 민간과의 협업을 통해서라도 새로운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오는 11월까지 단기 보완 대책은 물론, 인공지능(AI) 시대에 걸맞은 국가 디지털 인프라의 중장기 개편 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
이번 TF 출범은 단순한 사고 수습을 넘어, 전자정부 시대에서 AI 기반 정부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향후 논의가 정부-민간 간 협업 구조로까지 나아간다면, 보다 유연하고 미래 지향적인 디지털 거버넌스 체계로의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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