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한국과학기술원) 연구팀이 창업한 로봇 스타트업의 기술이 실험실 단계를 넘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적용되기 시작했다. 특히, 철제 구조물에 특화된 자율보행 로봇이 선박 건조 등 고위험 작업환경에서 활용 가능성을 입증하며 상용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기계공학과 휴보랩 연구진 4명이 지난해 3월 공동 창업한 스타트업 디든로보틱스는 철제 벽면과 천장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이동형 로봇 기술을 개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승월 로봇'이라는 이름의 이 기술은 로봇이 수직·수평 경계를 넘나들며 작업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으로, 오는 10월 1일 만리장성보다 엄격하다는 평가를 받는 ‘국제 휴머노이드 로봇학회(Humanoids 2025)’에서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대표 제품인 디든 30은 네 개의 다리를 통해 걷는 '사족보행' 방식의 로봇이다. 자석을 부착한 발과 자율주행 기술이 결합돼 철제 구조물 위에서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으며, 특히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고위험 산업 현장에서 출입구를 통과하거나 작업하는 데 특화된 구조를 갖추고 있다. 최근에는 선박의 철골 구조물인 론지(Longi)를 넘는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실제 적용 가능성과 내구성을 인정받았다.
디든로보틱스는 현재 로봇이 더욱 좁은 공간을 통과하고 복합적인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기능 고도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내년 하반기에는 용접, 검사, 도장 등 실제 연구소 밖 산업 현장 업무에 투입할 수 있도록 성능 개선이 목표다. 특히 ‘로봇의 눈’ 역할을 하는 센서와 관련해, 3차원 공간을 파악하고 자율적으로 길을 찾는 기능을 강화할 방침이다. 네 대의 카메라를 활용해 3차원 지도를 작성하고, 작업자가 아닌 로봇 스스로 동선을 판단하는 기술을 2026년까지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KAIST 명현 교수 연구팀 출신들이 세운 또 다른 스타트업인 유로보틱스도 라이다(빛을 이용한 거리 탐지 센서)를 사용하지 않고 주변 정보를 인식하는 블라인드 휴머노이드 기술을 선보이며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최근에는 서울 강남 도심 한복판에서 자율 보행 시연에 성공해, 실내·외 경계가 없는 이동형 로봇의 가능성을 시장에 각인시켰다는 평가다.
이 같은 흐름은 KAIST의 기술창업 생태계가 더욱 활기를 띠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배현민 KAIST 창업원장은 로봇 분야에 특화된 창업 활동을 지속 지원하겠다고 밝히며, 초기 기술이 실제 산업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긴밀히 돕겠다고 덧붙였다. 향후 이들 기술이 조선, 건설, 재난 구조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본격 투입되면 고위험 작업의 자동화가 새로운 전기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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